이춘근
이춘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한 중국 대사 싱하이밍(邢海明)의 처소를 직접 찾아가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에 대한 대책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싱하이밍 중국 대사는 백 수십 년 전, 마치 위안스카이(袁世凱)가 조선의 조정을 우습게 보고 이래라 저래라 했던 것과 아주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건방진 훈수를 해댔다.

특히 그는 "중국 패배에 배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한국 정부를 겁박했다. 이에 우리나라 외교부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를 초치해 엄중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에 굴종했던 문재인 정부 탓인지는 몰라도, 중국은 아직도 대한민국을 조선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이 14억 인구를 들먹이며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고 우쭐해 하는지 모르지만, 중국의 개인소득($12,556)은 대한민국 국민 개인소득($34,998)의 1/3 정도인 중급 국가에 불과하다. 언론자유지수가 세계 최하위급인 179위인 중국이 세계의 G8급 자유민주국가에게 훈수를 둔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이야기다.

이재명 대표는 할 말을 다했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비록 야당이지만 의석수 최대 정당 대표가 남의 나라 대사관을 스스로 찾아간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논의된 이슈가 전혀 과학에 근거하지 못한 괴담 수준의 이슈였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태평양으로 방류하는 물의 삼중수소 농도는 중국의 핵발전소들이 서해에 버리는 방류수와 비교할 때 삼중수소의 농도가 1/50에 불과하다.

이재명은 안전할 것 같으면 왜 바다에 버리냐며 궤변을 말했지만, 여당은 '깨끗한 물이라고 화장실 물을 식수로 먹는가'라며 반문했다. 중국 동쪽 연안지역에는 현재 55기의 핵발전소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서해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국과 후쿠시마 처리수에 관해 해결책을 논의한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다. 후쿠시마 처리수는 태평양을 동북 방향으로 돌아 미국을 거쳐 4~5년 후 한국 해역에 도착한다. 그때 삼중수소 농도는 기존 바닷물의 17만분의 1로 희석된다고 한다.

반면 중국의 방류수는 수심이 얕은 서해로 흘러들기 때문에 후쿠시마에 상대가 안될 정도로 위험하다. 민주당 집권 시기인 2020년 당시 민주당 정부의 태스크포스는 후쿠시마 처리수가 한국 해역에 유의미한 영향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정권을 잃으니 생각도 바뀌는가?

하긴 합법적으로 주둔하는 주한미군을 점령군으로 인식하는 인물이니 세상 일을 잘 알지 못하겠지만, 그런 인식을 가진 인간이 이 나라 대통령 후보였고 현재의 야당 당수라 한다. 한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인식 수준을 반영한다는 말이 맞는 말이 아니기를 바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연합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