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맞아 홍보수석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이 기획한 '교류·협력을 통해 같이 발전하는 동반자'란 주제의 광고 영상이 순방 도시인 하노이에서 지난 19일부터 상영되고 있다고 대통령실이 22일 밝혔다. 40초 분량의 이 영상은 하노이 시내 베트남 한국문화원 옥상에 설치된 고화질 초대형 LED 전광판에서 상영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맞아 홍보수석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이 기획한 '교류·협력을 통해 같이 발전하는 동반자'란 주제의 광고 영상이 순방 도시인 하노이에서 지난 19일부터 상영되고 있다고 대통령실이 22일 밝혔다. 40초 분량의 이 영상은 하노이 시내 베트남 한국문화원 옥상에 설치된 고화질 초대형 LED 전광판에서 상영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중국은 그동안 거대 인구와 급속한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자금과 기술을 진공흡입기처럼 빨아들였다. 특히 교역량이 늘면서 ‘세계의 공장’에 이어 ‘세계의 시장’으로 몸집을 키웠다.

독일과 프랑스 등 많은 나라들이 탈(脫)중국보다는 디리스킹(de-risking) 행보를 취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리스킹은 중국과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위험 요소를 줄여나가려는 전략적 개념이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선별적으로 디리스킹 전략을 구사해 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패권경쟁의 속성상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은 갈수록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급망은 원재료의 조달에서부터 완제품의 소비에 이르기까지 재화와 서비스는 물론 정보의 흐름이 이루어지는 연결망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탈동조화를 의미하는 디커플링(de-coupling)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미일 협력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만큼 ‘포스트 차이나’가 현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최근 베트남과 인도를 경협 파트너 대상으로 접근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2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2.8%, 수입액의 21.1%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까지 기록한 누적 무역수지 흑자만 6703억 달러(약 868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대중 무역적자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등 최근 들어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는 심각한 위험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가자본주의는 시장경제에 입각해 압축적 산업화의 달성을 목표로 하되 공동체 이익의 증진을 중시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도 국가가 경제 성장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에는 비수(匕首)가 숨겨져 있다.

통상 국가자본주의를 행하는 나라도 생산과 투자는 민간기업이 담당한다. 하지만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는 경제 성장의 핵심 역량을 민간기업에서 국유기업으로 대체하고, 그 기업을 서방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육성한다. 화웨이 등 중국의 글로벌 기업 뒤에 중국 공산당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 공산당이 원하는 것은 결코 완전한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이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은 덩치만 큰 대국이 아니라 경성권력과 연성권력을 모두 가진 초강대국을 꿈꾸고 있는데, 유사(類似) 시장경제체제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부터 매년 100억 달러가 넘는 대중 무역흑자를 거둬왔다. 하지만 국가자본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지난 20년과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최근 정부와 기업 사이에서 베트남과 인도를 언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1992년 수교 당시부터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한 베트남은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지난해에는 우리 기업의 법인 신설 건수도 306건으로 중국의 189건보다 많았다. 최근 베트남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높은 경제 성장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에 방점이 찍힌 베트남 정부의 경제 정책도 플러스 요인이다.

인도 역시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중앙은행(RBI)에 따르면 1995년 21억51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지난 2021년 848억 달러로 급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2월 ‘신세계 공장, 인도’ 보고서에서 "미중 패권경쟁, 공급망 블록화라는 세계화 흐름 속에 포스트 차이나로서 인도가 대안 국가로 등극했다"고 밝힌 것도 이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중국을 뛰어넘는 14억명의 거대 소비시장도 잠재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문제는 현지에 생산기지를 조성한 후 이를 지속하지 못한 채 밀려난 중국의 사례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과 인도는 자국산업에 대한 보호 성향이 강하고, 정치와 행정의 입김이 거세다. 기회와 위험이 상존하는 셈이다. 포스트 차이나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탈중국이 ‘뜨거운 감자’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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