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배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질서를 수립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 /연합
중국을 배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질서를 수립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 /연합

지난해 기준으로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수출 3위국, 무역흑자 2위국이다. 베트남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수입 1위국이자 투자유치 1위국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인적교류가 활발한 것도 당연하다. 올들어 지난 5월까지 베트남을 찾은 국내 관광객은 107만명으로 단연 1위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베트남인은 24만명으로 2위다. 수교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12월에 두 나라 정상은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반자’로 격상했다.

베트남은 우리에게만 기회의 땅이 아니다. 이는 1억명의 인구로 연 7%의 성장을 구가하며 아세안 경제권의 도약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떠나는 서방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체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특히 베트남은 ‘중국 없는 아시아 경제’를 꿈꾸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아세안 핵심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IPEF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주도로 지난해 5월 공식 출범했다. 미국, 한국, 일본, 호주, 베트남,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 뉴질랜드, 피지 등 1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는 등 인도·태평양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자 미국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로 인식되고 있다.

IPEF는 지난달 27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통상장관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공급망 협정 타결을 선언했다. IPEF는 지난해 9월부터 무역·공급망·청정경제·공정경제 등 4개 분야의 협상을 이어왔고, 이 가운데 공급망 분야에서 가장 먼저 합의를 이뤘다.

이번에 타결된 공급망 협정을 보면 참여국들은 공급망 위기 발생 때 ‘공급망 위기 대응 네트워크’를 가동해 대체 공급처 파악, 대체 운송경로 개발, 신속 통관 등 공조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또한 참여국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조처를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그 같은 조처를 내릴 경우에도 참여국의 의견을 듣고 협의하게 된다.

특히 이번 공급망 협정은 자원 부국과 기술 선도국이 함께 참여해 상호보완적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것에 의의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줄고, 투자 여건도 개선될 수 있다. 협정 이행 상황 점검을 위한 공급망 위원회도 구성된다.

미국 상무부는 "IPEF의 공급망 협정 타결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뒷받침하는 주요 성과"라고 밝혔다. 실제 이번 공급망 협정은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미국이 대중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 IPEF 참여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전 세계의 41%로 중국이 주도하는 RCEP의 30.8%보다 크다. 그동안 중국은 자국과 지역 국가간 협력을 약화하기 위한 지정학적 경제 프레임이라며 반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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