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강량

대영제국의 초석을 깔았던 엘리자베스 1세를 이은 제임스 1세는 무능했다. 그래서 궁 안 자신의 방 옆에 작은 방(Cabinet)을 마련해, 측근과 책사들을 두고 국가 운영에 따른 정책 조언을 받았다. 이것이 영국 총리와 장관들을 ‘캐비넷 멤버’라 칭하는 이유다.

일본 명치시대 철학자들은 캐비넷을 어떻게 번역할지 머리가 아팠다. 결국 문지방 안이란 뜻의 내각(內閣)으로 번역했다. 모방의 달인 일본답게 내각에서 비롯된 각료·개각·개의·개원 등, 우리가 흔히 쓰는 정치 파생어들을 만들어 냈다.

일본은 공영방송으로 세계적 명성을 누리는 BBC를 모델로 NHK를 창설했다. 현재 이 두 공영방송은 정권의 이해에 휘둘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과 방송 독립성을 가장 잘 지켜내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두 방송도 권력에 눈먼 정권 차원의 유혹과 억압을 수없이 경험했다. 하지만 공정보도, 정치색과 상업성 배제, 언론의 독립성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위대한 언론인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버텨냈다.

BBC와 NHK도 수신료를 받는다. 그 액수는 놀랍게도 KBS 수신료의 10배 정도 된다. 수신료가 부담이 되는 노인 빈곤층이나 국가유공자들에게는 무료로 하자는 이런 저런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있지만, 압도적인 국민 여론은 수신료를 기꺼이 내겠다로 나타난다. 이는 자랑스런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해 달라는 의미다.

좌익들 농단으로 인해 현재의 KBS는 공영방송이 아니다. 2012년 하수도 냄새를 풍기는 질 낮은 풍자와 가짜뉴스를 내뿜던 나꼼수 출신 얼치기 기자가 KBS 시사프로의 메가폰을 잡고 있다. 최근 돈봉투 사건 혐의자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러 윤 정권 타도를 부추겼다.

엉터리 공영방송에 대한 수신료 거부 움직임이 일자, KBS 종사자 전체가 뭉쳐 공영방송 사수를 외친다. 이쯤 되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KBS가 섬뜩한 사적 이익결사체로 변질된 것이다. KBS를 민영화하려 해도, 누구도 걸레가 된 방송사를 인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모든 지원을 끊고 스스로 내분이 나서 도태될 때를 기다려 KBS를 역사 속으로 아주 보내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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