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웅
전경웅

지난 7월 22일 미국의 한 논문 사이트에 한국의 연구팀이 올린 논문이 전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곧 이 논문은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퀀텀에너지연구소라는 회사에서 올린 ‘LK-99’라는 물질의 특성과 제조 방법이었다. 업체 측은 LK-99가 상온 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했다.

이후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은 회의적인 반응,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미국·인도·중국·일본 등의 연구소와 연구팀이 LK-99의 제조 방법을 검증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실험에 일찍 착수한 연구팀은 7월 말에 이미 "검증에 실패했다"는 결과를 내놨지만, 그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보다 정확한 실험 조건에 맞춰 다시 시도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세계 과학자들이 이런 행동을 보인 것은 ‘상온 초전도체’가 가진 의미 때문이다. ‘초전도체’란 전류의 저항이 0인 물체다. 이는 곧 인류가 기술을 발전시킬 때마다 부딪혔던 전기와 관련한 문제의 다수를 풀 수 있다.

현재 인류는 전기를 대용량으로 저장할 수가 없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는 흘려보낼 수는 있어도 저장할 수는 없다. 송전선의 ‘전류 저항’ 때문이다. 발전소가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는 이유다. 그런데 전류 저항이 없어지면 전기를 다루는 기술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초소형 발전기 개발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건 물론 대용량 전기저장장치,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소형 레일건, 심우주용 초고속 이온 엔진, 이온 호버크래프트 등 SF영화에서나 보던 것을 머지않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게 된다.

LK-99에 대한 논문이 동료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점이나 다른 나라 연구팀이 검증 실험에 실패한 것 또한 사람들의 기대감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할 때 때로는 이론 검증보다 실제로 만든 결과물을 과학자들이 역으로 검증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과학자들은 "그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한 걸 실제로 보여준 발명품도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1903년 라이트형제의 비행기다.

영국왕립학회 회장을 지낸 캘빈 남작 윌리엄 톰슨은 1895년 "나는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기계에 대해 분자 하나 정도의 신념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절대온도 ‘캘빈(K)’을 발견한 과학자의 발언은 무게감을 가졌다. 그러나 불과 8년 뒤 자전거 판매상이던 라이트 형제는 미국 동부 키티호크 해변에서 최초의 비행기 ‘플라이어’호 비행에 성공했다.

라이트 형제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유체역학 등의 전문지식을 배우지도 않았다. 생업은 자전거 판매와 수리였다. 하지만 이들은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기존의 이론과 실험을 많이 참고했다. 소위 ‘학계’에서의 논쟁이나 규율, 불문율처럼 여겨진 관행 등을 따르지 않았기에 자유로운 사고와 실험이 가능했다. 그 결과가 최초의 비행기였다.

LK-99의 경우 라이트 형제보다 오히려 더 유리한 면도 있다. 연구팀은 학자 위주이지만 실체는 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딱히 학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또한 고려대 등 대학과도 밀접히 연계하고 있다. 무엇보다 LK-99 연구팀은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능력이 있다. 바로 지난 23년 동안 1000번이 넘는 실험을 묵묵히 진행해 왔다는 점이다. 과학의 발전에서 인내심이 대단히 중요한 요소였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다음은 가능하다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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