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북송 비대위, 2일 프레스센터서 피해자‧가족들 증언 기자회견

“중국 군인들, 강제북송말고 제발 살려달라 애원했던 오빠 결국 북송해”
“배고픔이 없는 나라 찾아 길을 떠난 죄로 북송된 아들 정치범수용소로”
탈북후 인신매매‧보위부서 가혹한고문 등 강제북송 참혹한 실상들 전해

“중국 스스로 부끄러움 못 느낀다면 UN 이사국 자격 박탈 운동 벌일 것”
“국제사회와 함께 내년 파리 올림픽 중국의 참가 자격 묻는 운동도 전개”

2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강제북송 피해자‧가족 증언 기자회견에서 이한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2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강제북송 피해자‧가족 증언 기자회견에서 이한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 이후 탈북민 600여 명이 강제북송 됐습니다. 저희 피해자 가족들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미국을 방문해 UN본부에 탈북민들의 강제북송이 중지될 수 있도록 청원할 것입니다. UN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탈북민 강제북송이 중지될 수 있도록 침묵을 멈추고, 더 이상 탈북민들이 강제북송 되지 않도록 함께 나서주시기를 청원합니다.”

지난 2일 오전 ‘탈북민 강제북송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주최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강제북송 피해자‧가족 증언 기자회견에서 이한별(40) 비대위 위원장은 이같이 촉구했다. 자신도 강제북송 피해자의 가족인 이 위원장은 “오빠가 중국 변방대에 잡혔을 때, 어머니와 여동생이 한국에 있어서 강제북송 되면 죽을 수 있기에 제발 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며 “그러나 중국 군인들은 오빠의 그런 말까지 조서로 작성해 북한에 넘겨줬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후 북한 보위부는 저희 오빠에게 고문을 가해 손과 발에 붕대를 감고 있다는 이야기를 지인으로부터 듣게 됐다. 그리고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졌다”며 “UN을 통해 오빠의 생사 확인을 요청하는 청원을 2016년 7월에 진행한 후 2018년 북한으로부터 2년 만에 8월에 답변을 받았는데, 북한은 ‘음해할 목적으로 묻는 인권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는 한 줄의 짤막한 통보만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또 다른 강제북송 피해자의 한 가족은 “제 아들은 한국에 먼저 온 엄마를 쫓아 배고픔이 없는 나라를 찾아 길을 떠난 죄로 중국 곤명에서 15명의 체류자들과 함께 잡혀 강제북송 됐다”며 “저희 아들은 한국행으로 간다는 꾸며진 조서를 통해 미성년임에도 불구하고 정치범이 아닌 정치범이 되어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도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사연을 전했다.

이어 “사랑하는 아들이 나쁜 짓을 해서 끌려갔다면 고통스럽진 않을 것”이라며 “지금도 모진 가혹한 매질과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세계에 알리고, 인권 유린에 동조하는 중국 정부에 제재를 가하도록 도와달라. 또한 사랑하는 아들을 단 한 번만이라도 끌어안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에는 이외에도 2013년도에 중국으로 탈북해 10년 간 살다가 인신매매를 당한 후 최근 10월에 강제북송 된 이의 가족, 2019년 탈북 도중에 중국 변방대에 잡혀 2020년 10월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진 아내를 둔 남편, 최근 10월 강제북송 된 사촌동생을 둔 북한인권 활동가 장세율 씨, 2011~2014년에 강제북송 돼 북한 보위부로 인해 가혹한 고문을 받은 탈북민 지명희 씨 등이 참석해 강제북송 탈북민들의 참혹한 실상을 전했다.

비대위 설립을 주도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명예회장 김태훈 변호사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여태까지 UN 북한인권결의안에 강제북송 책임자로 중국을 명시한 적이 없었다. 단순히 주변국 또는 제3국으로 막연하게 표현을 해 왔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인권결의안에 강제북송 책임자로 중국을 명시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국제적으로 중국으로 하여금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북송이 계속된다면 중국의 UN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박탈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인권 침해를 했기 때문에 인권이사회 자격 정지 박탈을 당한 바 있다”고 했다.

더불어 “국제사회와 함께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중국의 참가 자격을 묻는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며 “인권은 인류 보편의 가치이며, 금년은 세계인권선언 75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전례 없는 중국의 대규모 북송 사태를 맞이해서 획기적인 외교 전환점을 마련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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