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신
임명신

‘꿈dream’이란 양가적이다. 자신을 고양시킬 수 있는가,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에 따라 ‘아름다운 꿈’ 또는 ‘망상’으로 간주된다. ‘소망’으로서의 꿈은 긍정적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자 현재를 경영하며 견디는 힘이다. 개개인의 꿈이 있는가 하면, 공동체가 함께하는 꿈이 있다. 어떤 꿈은 많은 사람에게 열려 있고, 특권적 배타적인 꿈도 존재한다. ‘누구나 꿈 꿀 수 있는 자유(권리)’야 말로 긴 세월 인류가 노력해 온 결실이다.

근년 가장 세계적인 이목을 끈 ‘꿈’은 ‘중국몽’ 아닐까. 2012년 시진핑 정부의 등장과 함께 제출됐다. 야심차게 내놓은 국가 발전 방향성이고 구호였는데, 처음엔 국내외 식자들로부터 ‘막연한 개념’이라는 다소 냉랭한 평을 들었다. 확실히, 1960~1970년대 우리나라의 ‘100억불 수출’ ‘1000불 국민소득’ 같은 구체적인 목표와 대조적이다. 당시 함께 강조됐던 ‘조국근대화’ 또한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체제 시장경제 선진국들이 걸었던 길이라 추상적이지 않았다. 샤오캉(小康: 기본 의식주 해결)사회 건설이라던 ‘중국몽’은 시진핑 2기부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깔끔히 귀결됐다. 그게 ‘세계 패권 추구’였음이 드러나기까지 얼마 안 걸렸다.

‘아메리칸 드림’은 어떤가? 우선 전 세계인에게 열려 있는 ‘꿈’이라는 게 중요하다. 미국의 힘은 천혜의 지리적·생태적 요건 외에, 꾸준히 이민자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나온다. 미국 가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미국은 영원히 젊고 유능한 사람들로 인구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미국도 마냥 대량의 이민자를 발아들이기엔 여의치 않는 상태가 된 모양이다. 지난 20~30년 미중밀월 속에 다수의 제조업이 중국으로 이전하며 일자리가 대거 줄었다. 이민자들의 정착은 예전보다 한층 녹록치 않다. 트럼프가 외친 ‘미국우선주의’란 실제 서민·중산층 살리기, 건전한 이민자들의 정착을 위한 프로젝트에 가깝다. 국경에 장격을 쌓는 등 불법이민과 무분별한 이민정책에 반대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을 이길 수 없는 결정적 조건은 인구 문제다. 이미 고령화 사회가 상당히 진행된 중국은 고민이 깊다. 부유해진 이후 고령화한 구미 국가들과 일본, 부유해지면서 그렇게 된 우리나라에 비해, 중국은 부유해지기 전 겨우 GDP 1천불 수준에서 심각한 고령화 사태가 닥쳤다. 전문가들이 중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보는 결정적인 이유는 인구 구성의 불건전함이다.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다. 언제든 전 세계로부터 젊고 유능한 인재 도입이 가능하고, 그에 필요한 조절을 정책적으로 할 수 있다.

백약이 무효한 듯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는 대한민국은 어찌 해야 할까.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민들이 우리사회의 여러 면을 지탱하는 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그들을 포용하는 방식과 방향성에 지혜를 짜내야 한다. 너무나 절실한 사안이다. 인구 3000만 정도의 ‘강소국’을 지향할 것인가, 아니면 이민을 적극 도입할 것인가. 이민에 역사적·외모적 친연성을 먼저 따지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예를 들어, 인류사에 유례없이 여러 규모면에서 ‘출신국’이 ‘정착국’을 압도하는 중국보다, 중앙아시아 출신들이 우리에겐 훨씬 유익한 이민자들이다. 외모는 서로 많이 달라졌지만 상고사를 공유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안전과 번영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적다. 혈연공동체를 넘어 가치공동체로 가되, 다양한 출신의 이주민들이 우리말과 역사를 잘 배우도록 해줘야 한다. ‘코리안 드림’은 멋지게 꽃필 수 있다. 먼저 아메리칸 드림이나 중국몽과 어떻게 다를지, 달라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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