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일 계획에 없던 일정을 잡아 부산에 내려갔지만 이준석 전 대표와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준석은 ‘이준석 & 이언주 톡!톡! 콘서트’ 현장을 찾아온 인 위원장에게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도움이 필요한 상태니 꼭 그를 만나 대화를 나눠보라"(The real patient is in Seoul. You gotta go talk to him. He needs some help)고 영어로 말했다.

이준석의 발언은 몇 가지 비아냥을 담고 있다. 첫째 인요한 위원장의 직업이 의사라는 것을 빗대 ‘당신은 환자나 보라. 국민의힘을 혁신할 자격이 없다’는 조롱이다. 둘째 의사인 당신이 만나야 할 사람은 이준석이 아니고 정상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발언을 영어로 했다는 것 역시 인 위원장이 사실상 외국인이라는 것을 드러내려는 악의가 깔려있다고 본다.

이준석의 무례함은 정치권에서 정평이 나 있다. 그를 오래 접해본 정치인들 가운데 극렬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이준석에게 성의를 보일수록 돌아오는 것은 조롱과 모욕일 뿐이다. ‘가는 말이 거칠어야 오는 말이 곱다’는 역설의 가장 전형적인 샘플이 이준석이라는 것을 분명히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강서구청장 선거의 패배 이후 여권이 많은 사람을 포용하려는 자세 전환은 필요하다. 하지만 원래 전투에서는 전진할 때보다 후퇴할 때가 훨씬 위험하다. 진영의 진짜 실력도 이때 선명하게 드러난다. 일사불란하고 질서정연해야 한다. 그래야 전력 손실을 막을 수 있고 아군끼리의 우발적 충돌도 방지할 수 있다.

좌파의 승리로 만들어진 87체제에서는 우파 진영에 사실상 좌파의 정치 철학이나 도그마에 오염된 무리들이 적지 않다. 그런 경향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무리가 이준석과 유승민 등이다. 이들은 지난 대선 당시부터 그런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들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극렬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유가 이것이다.

국민의힘은 시간이 없다. 유승민·이준석·이언주 등 이미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자들에게 힘을 쏟을 이유가 없다. 고름이 살 되는 것 아니다. 아군의 전열과 공약을 정비하는 일만 해도 바쁘다. 앞으로 이준석 등에게 매달리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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