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형
이충형

요즘 한국인들에게 자부심을 불어넣는 일이 있다.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다. 세계적인 메이저 클럽인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 파리 생제르망의 이강인, 여기에 세계적 메이저까진 아니지만 황희찬·조규성·황의조 등 11명 스쿼드 거의 전부를 유럽파로 채울 수 있는 수준이 됐다.

16일 열린 월드컵 예선 싱가포르전은 예전 한국이 브라질을 상대로 경기를 펼치는 느낌을 받았다. 싱가포르는 ‘10백’이라 불릴 정도로 선수 모두가 자기 골대 앞에서 진을 쳤고 한국팀은 그 수비망을 뚫어내고 5대0 대승을 일궈냈다. 싱가포르 선수들과 국민은 예전 브라질을 상대로 경기를 치를 때의 한국 국민들처럼 느꼈을 것 같다.

경기 후 해외 반응이 뜨거웠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나라는 21일 한국과 경기를 치를 중국이었다. "손흥민·이강인·김민재를 다 내보내는 건 반칙 아닌가" "한국·일본은 아시아가 아니라 유럽으로 가야 한다" "적은 점수 차로 지면 우리가 이긴 걸로 치자" "공한증(恐韓症)이란 말도 의미 없어졌다. 지는 게 너무 당연하다" 같은 댓글들이 포털사이트에 이어졌다.

중국의 축구 강국몽(夢)은 지도자들의 염원이었다. 마오쩌둥은 1954년 당시 최고 축구 강국이던 헝가리에 자국 선수단을 2년간 유학시켰고, 문화혁명 기간이던 1971년엔 올림픽을 제패하라는 교시를 내렸다. 덩샤오핑은 중국의 월드컵 진출이 평생 소원이라고 했다. 시진핑은 ‘축구 굴기’를 선언하며 ‘중국축구개혁 종합방안 50개조’를 내놨다.

하지만 중국 축구는 계속 퇴보하고 있다는 게 객관적 평가다. 1자녀 정책 때문에 유소년 축구가 발전하지 못하고, 성인 선수들은 고연봉을 주는 자국 리그에 안주해 유럽 진출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이유들이 축구 저성장에 대한 분석들이다. 한국이 현재의 황금세대를 이어가기 위한 타산지석을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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