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지상파 매체들이 개최하는 각종 시상식 시즌이 찾아왔다. 네티즌들은 "올해 연예대상 받을 프로그램은 따로 있다"고 입을 모은다. 케이블 채널 ENA가 방영하는 ‘나는 솔로’다. 결혼하지 않은 남녀들이 약 일주일간 지정된 숙소에서 지내며 일종의 ‘연애 배틀’을 벌이고 최종적으로 짝을 결정한다.
지난해부터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올해 내내 온라인을 달궜다. 그중 압권은 결혼에 실패한 ‘돌싱’들이 출연한 16기였다. 한 기수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빌런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고 시청자의 탄성을 자아내는 에피소드가 즐비했다.
최악(?)의 에피소드는 이랬다. 코드네임 ‘광수’는 여성 출연자 중 가장 외모와 경력이 화려한 옥순에게 줄곧 구애했다. 옥순은 그런 광수에게 호감을 느껴 사실상 커플이 됐다. 그런데 주위에서 자꾸 광수에게 옥순의 마음에 대한 의심을 주입한다. 특히 영숙은 광수에게 "경각심을 가지라"는 둥 광수를 자극한다. 옥순은 일관되게 광수에 대한 호감을 광수와 주위 사람들에게 표현했지만, 가스라이팅 당한 광수는 옥순과 제대로 소통도 안 한 채 "리셋(reset)하겠다"고 선언한다. 결국 나중에 진상을 알고 땅을 치고 후회한다.
영숙은 흡사 셰익스피어 희곡 <오셀로>의 이아고를 연상시킨다. "전청조와 함께 올해의 인물"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가짜뉴스가 사회를 얼마나 비극으로 몰아갈 수 있는지를 한 편의 잔혹동화처럼 보여줬다.
필자는 좌파 성향 지인들로부터 "러시아가 한국인 입국을 막고 있다""중국이 한국인에게 비자를 안 내준다" 같은 황당한 유언비어를 들었다. 새해엔 가짜 뉴스가 횡행하는 일이 없길 바라지만, 그러기 위해선 당국의 엄정한 심판과 영숙이 말한 ‘경각심’을 시민들이 장착해야 할 것이다.
- 기자명 이충형 전 중앙일보 기자
- 입력 2023.12.17 12:53
- 수정 2023.12.1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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