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김태수

계속되는 법정 기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 가상 대결에서 현직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소 4건의 케이스에 기소되어 있는 상태이며, 91건의 중범죄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이거나 앞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직 대통령, 그것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전무후무한 사법 공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에 대한 미국인의 지지는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24년 11월 첫 화요일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는 지지율이 낮아지기는커녕 계속 상승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로 재출마가 확실시되는 현직 바이든 대통령을 계속 따돌리고 있다.

미국 NBC방송이 지난 11월 10일-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을 46% 대 44%로 앞섰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야후 뉴스/유거브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가 바이든을 44% 대 42%로 따돌렸다. 퀴니피액 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48% 대 46%로 앞섰다. 중요한 것은 18세-34세 젊은 층 투표군에서 트럼프가 더욱 앞선 수치인 46% 대 42%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공화당 지지층이 비교적 장년층이고 민주당 지지층이 젊은 층이라고 볼 때, 이 조사 결과는 바이든이 전 연령층에서 크게 뒤지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이같은 결과가 나타나게 된 원인은 우선 미국 경제가 그동안 지속돼온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3년여 계속돼온 인플레이션은 바이든을 ‘인플레 대통령’이라는 이미지에 가둬 놓았다. 내년 선거 때까지 이 굳어진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또 임기 초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굴욕적인 철수,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전쟁이 전혀 끝날 조짐이 없다는 점, 한 달여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도 바이든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결국 바이든은 내정과 외교 모든 면에서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바이든은 내외의 여러 험난한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제 상황에서 바이든 외교팀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전쟁에서 이렇다할 뚜렷한 성과가 있는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국가들은 지금과 같은 미국의 단계적인 무기 공급으로는 우크라이나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바이든의 정책은 현상유지 아니면 악화상태로 가고 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피로감이 쌓여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장관·국가안보보좌관·재무장관 등 담당 장관들 중 누구도 경질되지 않고 정책라인이 변동없이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인은 현재 상황이 앞으로 호전되거나 변화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재당선되면 우크라이나전쟁 종식, 인플레이션 종결, 자신의 1기 임기 때의 경이적 경제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 재부흥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를 재시작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다.

한국에서는 트럼프가 재선되면 또 다시 주한미군 철수를 들고 나올 것으로 염려하고 있는데, 이는 과도한 우려로 보인다. 트럼프가 요구하는 것은 한국이 미군 주둔비를 감내하고 실용적인 관계로의 개선을 원하는 것이다. 유독 한국만을 대상으로 이런 요구를 한 것이 아니라 일본·독일 등 다른 우방국가들의 미군 주둔비에 대해서도 같은 요구를 한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시대가 열릴 경우 어떤 외교정책을 펴야 할 것인지 지금부터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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