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영
정구영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 도입됐다.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면 만 62세부터 연금을 받는다. 보험료는 월소득의 9%다. 직장가입자라면 회사와 반반씩 4.5%를 낸다. 40년을 냈다면 받는 연금은 평균 소득의 40%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구조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찍부터 ‘내는 돈은 적고, 받는 돈은 많다’고 지적해왔다. 기금 적립금이 고갈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국민연금 체계가 유지되면 2055년에 수령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연금개혁은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대한 문제다. 하지만 역대 대선 후보들 가운데 그 누구도 연금개혁 공약을 내놓은 적은 없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인 까닭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5년 가까이 회피해 왔다.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은 조금 다르다. 일단 연금개혁의 필요성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보험료율을 인상해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여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즉각 반발이 터져 나왔다. 왜 국민연금 가입자만 부담은 늘고 혜택은 줄어드는 피해를 봐야 하느냐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손대려면 먼저 공무원연금 같은 특수직역 연금부터 바꾸거나 형평성 차원에서 통합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급자가 받는 돈은 월평균 37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퇴직 공무원이 받는 돈은 월평균 240만원에 달한다. 수령액에서 하늘과 땅 차이만큼 격차가 크다. 공무원연금이 ‘귀족 연금’, 국민연금이 ‘용돈 연금’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논란 때문에 공무원연금은 지난 1995년부터 2015년까지 4차례 개혁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더 유리한 구조로 설계돼 있어 여전히 개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들은 "보험료를 더 많이 낸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더 많이 낸 만큼만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다. 현재 납부한 보험료 대비 수익비를 보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각각 1.5배, 1.48배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2010년 이후 신규 임용 공무원에게만 해당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추계에 따르면 실제로는 3.7배(1988년 임용), 3.3배(1998년 임용), 2.8배(2008년 임용)로 국민연금과 크게 차이가 난다.

이렇다 보니 공무원연금 적자는 2020년 2조2000억원에서 2028년 5조1000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는 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방증인 셈이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국민 정서는 뿌리 깊고 강하다. 이를 반영하듯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모든 공적연금의 통합, 즉 ‘동일연금제’라는 그림을 내놓았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등 3개 특수직역 연금 간의 서로 다른 보험료율과 급여 수준, 사용주와 국가의 부담 비율을 국민연금 기준으로 일원화해 연금 간 격차와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기준에 맞추려면 현재 18%(본인 부담 9%)인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을 9%로 낮춰야 한다. 그러면 들어오는 보험료가 줄어들어 공적연금 통합 이후 몇년 간 국고보조금을 투입해야 하는 등 재정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고양이 목에 실제 방울을 달아야 한다. 그것이 불편하지만 진정한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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