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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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서자마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는 위안화 환율 방어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를 통한 강력한 부양책을 기대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주식의 대량 매도로 이어지면서 중국 증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경우 결국 위안화 가치도 떨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5.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당초 목표치 ‘5% 안팎’은 달성했지만 부동산 시장과 내수의 부진 속에 ‘제로 코로나’ 봉쇄정책 해제에 따른 경기 반등은 실종된 상태다.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이나 런’은 이미 가시화된 상태다.

실제 스톡커넥트, 즉 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에 기반해 계산한 결과를 보면 중국 증시 투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연초 대비 순증가액은 지난해 8월 2350억 위안(약 42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12월 27일에는 307억 위안(약 5조6000억원)으로 87% 급감했다.

이는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의 채무불이행 사태로 중국 부동산 부문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행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장사들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 중국 투자펀드 및 국영 금융기관의 대규모 주식 매입도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부문의 유동성 위기가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의 주요 원인이기는 하지만 중국 경제 자체에 대한 불신도 큰 상태다. 더구나 인민은행이 새해 들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외국 자본 이탈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반사이익’은 일본 증시가 챙기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전일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1년 만기 연 3.45%, 5년 만기 연 4.20%로 동결했다. 지난해 8월 1년 만기 LPR을0.1%포인트 인하하되 5년 만기 LPR은 동결한 이후 5개월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LPR은 20개 시중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금리 평균치로 모든 금융회사가 대출에 참조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1년 만기 LPR은 신용대출과 기업대출 등 일반 단기대출 금리, 5년 만기 LPR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영향을 준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달 15일 1년 만기 정책금리인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동결하며 이달 기준금리 동결 을 예고한 바 있다. 통상 MLF 금리가 조정되면 LPR도 따라 움직인다. 당초 시장은 MLF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인민은행은 동결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예상치를 초과해 오르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최근 1% 이상 하락했다. 인민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이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한 조치로 분석되는 이유다. 아울러 금융시장 안정도 고려했다는 평가다. 중국 은행들의 이윤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금리를 내리면 수익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여파로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8% 떨어진 2756.34로 거래를 마쳤다. 홍콩 항셍지수는 2.27% 하락한 1만4961.18을 기록했는데, 항셍지수는 올해에만 10% 이상 추락하며 2016년 이후 최악의 출발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주가연계증권(ELS)이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홍콩H지수는 2.44% 하락한 5001.95로 마감했는데, 장중 3.6%까지 떨어지며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하기도 했다.

중국 증시의 외국 자본 이탈에 따른 ‘나비효과’는 일본 증시에서 나타나고 있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62% 오른 3만6546.95로 장을 마감하며 1990년 2월 이후 33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침체한 중국 증시를 포기한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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