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이준석의 개혁신당이 이르면 2030년부터 군 복무를 마친 여성에 한해 경찰·해양경찰·소방·교정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점차 확대해 간다고 한다. 이 정책은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의무화’로 "이르면 2030년부터 공개채용을 통해 경찰, 해양경찰, 소방, 교정(교도관 등) 직렬에서 신규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성과 여성에 관계없이 병역을 수행할 것을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때 반페미 발언으로 잠시 이대남(20대 남자)의 지지를 받았던 기억 때문인지, 이준석은 선거 때만 되면 이대남을 선동하고 선점하려 하는 듯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젊은 세대 남녀의 갈등을 조장하려는 모양새다.

이준석은 ‘총선 전 성별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나올 거란 우려에 대해 "무슨 공약을 이야기하든 반찬처럼 남녀 갈라치기라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이 공약의 어떤 부분이 남녀 갈라치기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둘러댔다. 비열하게 빠져나가려 하지만, 우선 이 정책 발표를 군 현역 복무가 아닌 대체복무를 한 이준석이 브리핑을 한 것부터가 코미디 아닐까. 더욱이 그는 군 대체복무 중 지원 자격이 없는 상태로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해 5개월간 매달 100만 원의 장학금을 부당하게 수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다. 스스로가 국방의 의무를 애매하게 이행하고도 "헌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부담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대한민국 시민의 절반가량만 부담했다"며 "나머지 절반이 조금씩 더 부담해 나가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고 한다.

통계청이 예측하는 2024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68명이며, 저출산 여파와 인구 감소로 병역 자원도 함께 줄고 있는 것은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문제다. 입대하는 현역병 수는 2014년 27만여 명에서 2023년 18만여 명으로, 10년 만에 10만이 줄어들었다. 심각한 안보 공백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당면한 인구 감소와 그로 인한 병력 자원 부족을 모든 성인 남녀의 병역의무 이행으로 해결하자는 것이 차라리 솔직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군대는 ‘국민의 의무를 이행시키기 위해’ 혹은 ‘공무원 지원(예정)자의 투철한 애국심이나 체력을 시험·함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를 지키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채택함에 있어, 과거에는 여성 복무가 불필요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현대전의 양태가 바뀌었다. 육군 위주의 안보 체계가 미사일을 비롯해 해상·공중으로 확장되어 공군력과 해군력을 증대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여성 병력의 배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당장 기존의 남성 위주로 만들어져 있는 생활관이나 수십 명이 비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생활하는 전방 소초, 신병교육대 등을 비용을 들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안부터 검토돼야 한다. 합리적 이성보다 한 표를 구걸하려 감성에 호소하는 정치 궤변론자들의 말 속엔 해답이 없다. 무엇보다 저들이 언급하는 직군보다 군필이 당연해야 할 공직 1순위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 봉사하는 정치인들이어야 상식적이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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