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민주개혁 세력의 맏형으로서,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그 책임을 이행하겠다." 이재명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유지하겠다며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개혁 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을 발족해 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야권 정치세력의 통합비례정당 창당을 준비 중이다. 지난 8일에는 녹색정의당·진보당·새진보연합과 시민사회 인사들의 모임인 연합정치시민회의(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에 ‘범야권 지역구-비례선거 대연합’을 위한 연석회의 참여를 공식 제안까지 했다.

재미있는 건 민주당이 언제부턴가 ‘진보’라는 오랜 틀을 벗어나, 스스로 ‘민주세력’, ‘개혁세력’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해 정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수가 ‘우파’, ‘애국세력’으로 확장을 시도한 것과는 상당히 다른 움직임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의 일부다. 무의미한 하나의 대상에 불과했던 존재가, 꽃으로 인식되는 과정은 의식의 객체에 대한 ‘규정’ 여부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시다. 쉽게 말해, 상대에게 ‘나’를 어떻게 인식시키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나 가게 상호를 정할 때 작명소를 이용하면서까지 좋은 이름을 골라 짓는 이유도, 어떻게 불리는가(인식시키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를 이룬 보수·우파 세력은, 진보나 민주라는 그럴싸해 보이는 상대 진영의 포장에 상당히 오랫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까지도 우파는 적폐나 친일, 독재의 후예 등 수구 기득권, 악(惡)과도 같은 존재로 매도됐다. (사실 진짜 적폐와 친일, 대중 독재에 수구 기득권은 민주당을 장악한 86운동권 세력이 주를 이뤘음에도 말이다.) 이러한 인식은 어느새인가 고착화 현상을 겪으며,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민주당을 정의로운 세력이라 여겼다. 그 맹목적인 믿음은 조국 사태와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를 접하고서야 잦아들었으나 여전히 ‘개딸’로도 존재하고 있다.

다행히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를 외침으로써, 국내 보수·우파 세력이 서방 자유진영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렸다. 민주와 평화라는 포장으로 북·중·러와 결탁하려던 세력은 자연스럽게 사회주의·전체주의 세력과 연대하고 있음이 드러나게 됐다. 더욱이 여당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86운동권 청산을 외치며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이승만 건국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 역정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 전쟁'도 화제에 오르고 있다. 이제 보수 우파가 국민에게 잘못 인식됐던 부분을 말끔히 씻어내고 진짜 대한민국을 위하는 세력이라 재평가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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