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지난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됐다. 현장 혼란이 심각하다. 아예 사업을 접겠다는 기업주들이 나온다. 근로자 안전을 목적으로 한 법이 근로자의 밥줄을 끊게 생겼다.

여당은 법 적용을 2년 유예하자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내놨다. 반면 야당은 그대로 ‘고(Go)!’하자는 게 속심이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25인 이하 또는 30인 이하 사업장 1년 유예 등 절충안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뒤 요지부동이다. 1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2월 1일이 입법유예의 마지막 기회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본회의 전까지 여야가 합의하라고 주문했다. 양당이 모두 코너에 몰렸다.

문제는 사업장 현장이 상황이 어렵다는 것이다. 법안 내용이 복잡해 50인 미만 사업장이 준비하기가 벅찬 데다 추가 비용이 만만찮다. 고용노동부는 업무가 폭주했다. 중대재해법 수사는 노동현장 전문성 때문에 경찰 대신 고용부가 맡게 됐는데, 갑자기 그 많은 전문 인력을 확충하기 어렵다. 당장 29일부터 3개월간 83만여 개 기업 전체를 상대로 ‘산업안전 대진단’에 착수해야 한다. 산업안전감독관 전원(800명)이 달라붙어도 1인당 1000곳 넘게 커버해야 한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전국지방노동청 내 광역중대재해수사과에 133명의 수사관이 배치돼 있지만 일일이 현장 확인도 어렵다. 사건이 터지면 기업의 안전 경영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 수사의 난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건당 처리 기간이 평균 215.9일이라고 한다. 결국 사건이 터지면 일은 전혀 못하고 세월아네월아 가면서 사업주만 복장 터지게 돼 있다. ‘다 때려치우자’는 소리가 왜 안 나오겠나.

29일 여야간 유예 협상이 무산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경제를 도외시한 무책임한 행위"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민주당의 전제조건인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은 여당의 2년 유예법안을 틀어막기 위해 갑자기 내놓은 안이다. 83만여 사업주를 과잉 처벌하는 악법으로 중기 소속 800여만 명 근로자의 환심을 사려는 얄팍한 수법이다. 도무지 진정성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사업장이 있어야 근로자가 일을 할 게 아닌가.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은 유예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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