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효식
엄효식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지난 30일 북한이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28일에 이어 이틀 만이며, 합참이 이달 들어 북한이 발사한 순항미사일을 포착한 것은 3번째다. 특히 28일 발사된 미사일은 동해상 신포 일대에서 발사됐는데, 신포항은 북한의 대표적인 잠수함 기지로 꼽힌다. 지난해 3월 12일에도 신포 일대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적이 있다.

북한은 2024년 들어 동해·서해를 넘나들며 벌써 8차례 도발을 하고 있다. 1월 5일부터 3일 연속 서해 NLL 완충구역에 해안포를 퍼부었고, 14일에는 고체연료 추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당시 IRBM은 사실상 요격이 제한되는 마하5 이상의 극초음속미사일로 추정하고 있다. 18일에는 ‘수중핵무기체계’ 해일 어뢰를 동해에서 시험발사했다고 북한 스스로 발표했으며, 24일에는 전략순항미사일로 칭한 불화살을 서해에서 쐈다.

순항미사일은 포물선 궤적을 그리는 탄도미사일에 비해 속도는 느리지만 저고도로 날아가 정확하게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순항미사일에 ‘화산’으로 불리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자칭’ 과시한 바 있다. 동해로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SLCM)이라면, 북한은 보다 다양한 공격무기를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미 시험발사를 진행한 화성17형과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다양한 대응책을 수립하고 있다.

일본열도와 태평양을 넘어 아메리카대륙으로 미사일이 날아가는 상황도 끔찍하다. 그러나 북한이 실전배치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 즉 소형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에이태킴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같은 미사일이 대한민국을 표적으로 날아오는 건 더욱 참담하다. 사거리가 400km 이상으로 북한의 어느 지역에서 발사하더라도 대한민국 모든 지역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위협적인 미사일 공격에 대응한 최선의 방책은 무엇일까. 음속 또는 초음속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정확하게 요격하거나 또는 발사되기 직전 원점을 타격해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이 음속, 즉 마하1 속도로 발사되면 분당 20km 속도로 날아오는 것이고 마하5 속도라면 분당 100km 속도로 날아오게 된다. 북한이 발사 후 2~3분이면 미사일이 휴전선을 넘어오게 된다. 우리 군은 넓고넓은 하늘에서 바늘을 찾아내 정확하게 맞추는 것과 같은 최고난이도 작전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 북한 미사일이 발사된다면 100% 요격하기는 여러 가지 제한사항이 많다. 물론 현재 한미동맹은 패트리어트 미사일, 천궁 미사일, 사드 미사일 등을 운용해 중첩된 요격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방부는 L-SAM고고도 미사일 개발에 착수한 상황이다.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들도 미사일 못지않은 피해를 줄 수있다.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형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도 개발에 착수했지만, 실제 전력화에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북한 미사일과 장사정포 대응을 위해 가장 핵심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은 북한군 움직임을 충분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지상과 공중, 해상, 우주, 사이버 공간에서의 통합된 감시와 정찰을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선제적으로 탐지, 고정식 또는 이동식 발사대를 파괴시켜야 한다.

3축체계 중 킬체인(Kill Chain), 즉 원점을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것은 결국 감시정찰로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우리 군은 군사정찰위성 5기 중 첫 번째 EO-IR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으며, 현재 북한지역을 감시정찰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4기의 SAR위성이 순차적으로 발사되면 북한군에 대해 보다 정밀한 감시정찰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방사청은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MUAV, Medium Altitude Unmanned Air Vehicle) 양산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북한군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먼저 볼 수 있어야 먼저 타격할 수 있고, 대한민국 영토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낼 수 있다. 그래야 전쟁에서도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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