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일부가 공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는 의미가 크다. 2013년~2022년까지 10년간 북한이탈주민 6351명을 일대일로 심층면접 조사한 결과를 분석했다. 그동안 탈북민 면접조사 결과는 3급 비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아 왔다. 잘못된 정책이다. 북한문제는 사실에 기초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사실에 기초하지 않으면 국민여론 왜곡이 심해진다. 대북정책 방향도 잘못 잡게 된다.

주목되는 부분은 김정은에 대한 평가와 백두혈통 세습에 대한 탈북민들의 인식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55.5%가 북한에 있을 때 정치 지도자로서 김정은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긍정평가는 20.4%다. 당시 북한 주민들도 절반 이상이 ‘3대 세습이 웬말이냐?’는 불만을 가졌다는 뜻이다. 김정은에 대한 부정 평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졌다. 집권 초기인 2011~2015년 57.2%, 2016~2020년 60.0%다. 평양 거주 응답자의 부정 평가 비율이 59.2%로 북·중 접경지 주민의 부정 평가 비율(55.4%)보다 높았다. 평양 주민들은 경제적 이유보다 정치 사건에 휘말려 탈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권력세습을 의미하는 ‘백두혈통 영도체계’를 반대하는 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2대 세습인 김정일 시기인 ‘2000년 이전’에는 22.7%가 반대였지만, 김정은 시기인 ‘2016∼2020년’은 53.9%로 크게 늘었다. 특히 북한에 거주할 때 ‘김정은의 권력승계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 비율은 ‘2016∼2020년’ 시기에 56.3%였다. 3년간 코로나 봉쇄를 겪은 지금은 더 늘었을 것이다.

탈북민과 북한 주민들의 인식에는 차이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10년간의 탈북민 인식 조사는 1994년 김일성 사망 직후 주민 인식과는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올해는 김일성 사망 30주년이다. 지난 30년간 한류 등 외부세계의 정보가 북한 내부에 많이 들어갔다. 북한 내부 정보도 외부에 많이 알려졌고, 특히 휴대폰 증가로 북한 주민과 주민 사이의 횡적 정보 유통이 크게 늘었다.

자, 그렇다면 김정은의 딸 주애가 4대 세습을 하게 된다면 주민들 반응은 어떨까? 답은 나와 있다. 북한 체제는 김정은 3대 세습으로 결국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정부-민간이 함께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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