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1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경쟁당국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마지막 관문인 미국의 심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서 있는 모습. /연합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1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경쟁당국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마지막 관문인 미국의 심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서 있는 모습. /연합

한국 국적의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탄생이 임박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마지막 관문인 미국의 심사만을 남겨둔 것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M&A를 위해 14개 경쟁당국에 합병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EU를 포함한 13개 경쟁당국은 합병을 승인하거나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종료했다.

양사 간 합병이 미국의 벽도 넘을 경우 국내외 항공업계에서 큰 지각 변동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항공업계에서 36년 동안 이어진 양대 대형 항공사(FSC) 체제가 매출 20조원, 세계 10위권 규모의 1강으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양사가 보유한 저가항공사(LCC) 간 통합도 예고된 만큼 초대형 LCC가 출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는 13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했다. 지난 2021년 1월 대한항공이 EC와 합병에 관한 사전협의 절차를 개시한 지 약 3년 만이다. EC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이 제출한 시정조치안 이행을 전제로 내린 조건부 승인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말까지 EC가 제시한 시정 조치안을 해결해야만 EC의 최종 승인을 얻을 수 있다.

그동안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두고 독과점 문제가 발생해 유럽 항공업계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해왔다. 지난해 5월엔 여객과 화물운송 부문에서 독점 우려를 나타내는 중간 심사보고서(SO)를 발표, 양사 간 합병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EC는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 등 유럽 4개 도시 운수권·슬롯 이전, 아시아나항공 화물운송 사업 매각 등을 승인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슬롯은 시간당 가능한 여객기의 이착륙 횟수를 의미한다. 항공업계는 이를 항공사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아시아나항공 내부의 반발은 극심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운송 사업은 지난 2022년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알짜배기’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우여곡절 끝에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운송 사업을 내놓기로 하면서 제동이 걸렸던 합병 작업은 급물살을 탔다. 곧이어 대한항공은 EC가 요구한 대로 새로운 시정 조치안을 제출해 EC의 승인을 끌어냈다.

9부 능선을 넘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이제 미국 경쟁당국의 심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EU와 함께 미국 경쟁당국의 심사 역시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는 만큼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 간 합병을 심사하는 미국 법무부(DOJ)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 중인 한국과 미주노선에서 독점 우려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도 양사의 미주 13개 노선 가운데 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뉴욕·LA·시애틀 등 5개 노선에서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의 최종 승인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EU의 요구로 화물운송 등 독과점 우려가 있었던 걸림돌이 대부분 해소된 것도 양사 간 합병 심사 통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국내 LCC 업계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마무리한 후 2~3년 내로 통합 LCC를 출범시킬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자사의 LCC 진에어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 소유의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합쳐 ‘메가 LCC’를 띄운다는 계획이다.

통합 LCC는 진에어가 보유한 항공기 27대와 에어부산 21대, 그리고 에어서울 6대를 합쳐 모두 54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게 된다. 이는 68대를 운용 중인 아시아나항공에 버금가는 규모다. 또한 항공기 42대를 가진 제주항공과 30대의 티웨이항공도 가뿐히 뛰어넘게 된다. 통합 LCC 출현으로 LCC 기업 간 경쟁이 가열화하면서 국내 항공업계 전체를 뒤흔들 ‘새판 짜기’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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