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언론에 북핵 관련 이상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북핵 협상이 진행될 때 국무부 정보조사국에서 일했던 로버트 칼린과 친북 성향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가 "김정은이 전쟁을 결심해 한반도가 1950년과 같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제네바 합의 미국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는 "동북아 핵전쟁이 날 수 있다"며 근거 제시 없이 위기론을 부추기고 있다. 북핵이 국제 안보와 평화에 긴급한 도전이라며, 북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북핵을 인정하고 미·북간 핵군축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북핵 용인론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폴리티코 보도에 의하면,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북핵 비핵화는 추진하지 않고, 북한 핵동결 대가로 제재를 해제하고 핵군축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트럼프는 민심에 영합해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면서 고립주의 외교로 회귀하겠다고 한다. 그는 세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동맹의 중요성보다 미국의 국익을 우선하기 때문에 어떤 안보정책을 펼지 예측할 수 없다. 그는 "나토 국가들이 방위비 증액을 하지 않으면 러시아에 침공을 권할 것"이라고까지 막말을 해댄다.

그가 재집권하면 국제정세가 요동칠 것이다. 그는 김정은과의 친분을 이용, 세계적 난제인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할 것이다. 그가 대통령 재임 시 한국과 일본에 미군 주둔을 반대했다는 켈리 전 비서실장의 폭로를 감안할 때, 주한미군 철수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목표로 하지 않고 현 수준에서 핵동결만 해도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또 북한이 미국과의 빅딜을 통해 핵군축이 가능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이 북한과의 핵군축을 수용한다는 것은 김정은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한반도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 우리로서는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외교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북핵용인론자들이 퍼뜨리는 ‘과장된 위기론’이 미·북 군축협상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대미 외교를 확실히 해야 한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핵 재처리를 통한 핵물질 확보를 허용받는 등 핵우산이 펼쳐지지 않을 것에 대비하기 위한 자체 핵역량 확보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중국과 대북 압박 공조가 안 되면 한국 핵무장이 낫다"고 한 키신저의 주장을 상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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