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조
오광조

새해가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 데 어느새 2월도 절반 이상 지났다. 올해 남은 날이 아직 많지만 어…어 하다 보면 금방 지나갈 것이다.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하루는 무심하고 세월은 냉정하다. 깜박하면 하루가 가고 한 달, 일 년이 금방이다. 초등학생 때 기억이 선하고, 중고등 때가 어제 같은데, 내 아이가 어느새 자라서 집을 떠날 시간이 다가온다.

시간은 햇빛처럼 무한정 제공될 거라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공짜라며 흥청망청 낭비한다. 시간이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귀중한 자원이다. 생명에게 시간은 고정된 측정 단위가 아니라 사는 동안에 내재돼 있는 기간이다. 인생은 살아있는 동안일 뿐이다. 제시간이 다하면 생명은 끝난다.

보석은 희소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인생은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인생을 즐기고 여행도 가고 사랑도 하고 경험도 쌓는다. 좋은 기억은 추억으로 남고 나쁜 기억은 후회로 남는다. 아무리 아껴쓰고 아쉬워도 시간은 흐르고 마지막 순간은 다가온다.

가끔 무기력한 하루가 있다. 현재의 삶이 무의미하고 하는 일은 무가치하게 느껴진다. 노력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거대한 세상에서 사라져도 흔적도 없는 먼지 같은 존재라는 생각도 든다. 나는 초라하고 비참한데 남은 화려하고 행복하다. 그 간극이 더 좌절하게 만든다.

하지만 삶은 자체로 소중하다. 생명은 비교하지 않는다. 사는 모습이 다를 뿐이다.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생존방식은 제각각이다. 생명의 본질이자 최우선 목표는 생존이다. 살아남기 위해 외부 세계와 대항하거나 적응해서 삶을 이어간다. 거대한 나무도 화려한 꽃도 길바닥의 풀도 사자도 얼룩말도 새도 물고기도, 모양과 방법은 달라도 모두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자연은 개개의 생명에 관여하지 않는다. 장소만 제공한다. 바위틈에서 풀은 자라고 사막에서 꽃이 피고 극지에서 이끼가 산다. 누구에게 인정받으려 꽃을 피우고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투쟁하면서 그저 살아간다. 살아있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힘든 하루를 살아낸 모두에게 칭찬을 보낸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내일도 지지말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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