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 점쳐지던 4·10 총선 구도가 변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반면 민주당은 눈에 띄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변화의 요인 가운데 하나가 공천을 둘러싼 차이라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친문 죽이기’가 노골화되면서 사당화(私黨化) 논란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을 통해 잡음을 최소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총선 200석을 거론하곤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개헌을 주장하는 자도 있었다. 총선 승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완연히 달라졌다.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차범위를 벗어나 민주당을 앞서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도 회복세가 뚜렷하다.

민주당은 국민의 표심을 자기들 멋대로 처분할 수 있는 주머니 속 공깃돌로 여겼다. 이재명의 사심 공천은 필연적인 귀결이다. 국민의 눈도 두렵지 않고 국회와 민주당을 계속 자신의 방탄조끼로 써먹겠다는 의도였다. 공천을 둘러싼 민주당의 갈등이 이제 시작 단계다. 앞으로 어떤 사태가 전개될지 예측 불허다.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다. 당무감사 등을 통해 부적격자를 솎아내고 기회 균등 차원에서 선수(選數)가 많은 현역들에게 감점을 도입했다. 이전에도 당원과 일반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한 경선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체계적인 공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최초다.

시스템 공천을 실감하게 만드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변호사가 컷오프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3선 국회의원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김성태 전 의원이나 대선주자급 김무성 전 대표가 시스템 공천에 승복한 것,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비슷한 경우다. 민주당의 진흙탕 싸움과 대조될 수밖에 없다.

전세계 법원 앞에 세워진 자유의 여신 디케의 동상은 눈을 가린 경우가 많다. 법관의 주관에 흔들리지 말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근거에 따라 판단하라는 경고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눈을 가린 것 같아도 권력을 사유화하는 오만한 정당과 정치인을 용납하지 않는다. 4·10 총선은 국민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심판의 장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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