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국민의힘 이탈 세력이 결합하는 정치 실험으로 주목받았던 개혁신당이 통합 선언 11일 만에 갈라섰다.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20일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며 이준석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개혁신당(이준석·양향자), 새로운미래(이낙연), 원칙과상식(조응천·이원욱), 새로운선택(금태섭) 등은 이합집산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낙연은 "합의가 부서지고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되면서, 통합의 유지도 위협받게 됐다"며 "통합 합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전날 개혁신당 최고위원 회의는 이준석에게 4·10 총선 캠페인과 정책 결정권을 위임하기로 의결했고,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은 여기에 강하게 반대했다.

신당 세력의 결별은 예상됐던 사태이다. 선거 캠페인과 정책 결정권 외에도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입당 문제, 당원 자격 심사위 설치 등을 놓고도 이낙연-이준석의 갈등이 고조되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신당 추진 세력들이 이질적인 정치 배경을 갖고 있다는 점이 진짜 원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이낙연은 민주당에서 뛰쳐나오는 세력들, 이준석은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한 인물들을 대상으로 세력 확대 경쟁을 본격화할 것이다. 현재까지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 이탈 세력의 규모가 더 크다. 어제만 해도 4선 의원이며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김영주가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런 이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재명이 주도하는 민주당 사당화에 반발하는 정치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신당에 합류할 정치인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가 이탈한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이준석의 신당은 이들을 타겟으로 한 정치 실험이다. 이들의 이탈이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비전 제시 등 노력이 필요하다.

여론의 추이는 민주당 후퇴, 국민의힘 약진이다. 흔들릴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시스템 공천을 관리하면서 국민이 공감할 정책을 진정성 있게 제시해 점수를 쌓아가면 된다. 의사 파업 문제에 대해 유효한 카드를 준비해 적절한 시점에 터뜨릴 경우 승부의 추를 결정적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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