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하기로 한 2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의료현장을 무더기 이탈하면서 전국 병원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 병원 곳곳에서 수술과 입원이 연기되고 퇴원이 앞당겨지는 등 환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집계치만 봤을 때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55% 수준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튿날 실제 근무 중단 시점이 도래한 만큼 실제 진료를 하지 않고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병원들에서는 수술과 입원이 연기되고 퇴원이 앞당겨지는 등 환자 불편이 속출했다. 세브란스 병원의 경우 수술 일정을 조절했고 과별 상황에 맞춰 조정하고 있다. 안과의 경우 사실상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응급·중증 수술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21일부터는 수술 일정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신고 사례 중,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도 휴직했으나 입원이 지연됐다. 강남세브란스에서는 26일 수술 예정이었다는 갑상선암 환자가 수술이 취소됐다. 환자는 "암 수술 전부터 취소라니, 암을 키우라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환자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원거리의 병원들을 전전하고 있다. 충남대병원에 입원 중인 한 환자는 주말 복통 증세로 성모병원에 방문했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 무작정 충남대병원으로 향했고 겨우 수술 받을 수 있었다. 충남대병원은 현재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으나 정확한 규모는 집계되지 않았다.

특히 항암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하는 암환자들로서는 이번 파업이 치명적이라고 호소했다. 항암치료를 받는 한 환자는 "수술받고 항암치료를 열심히 받으며 새 인생을 꿈꾸고 있었다"며 "앞으로 전공의들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데 남은 치료는 어떻게 받아야 할지 걱정이다"고 호소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통해 환자 불편 사례를 전날 오후 6시까지 집계한 결과 34건이 접수됐다. 자세히 살펴보면 수술취소는 25건, 진료 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은 2건 등이다.

집단행동으로 인해 중증·응급 치료가 거부되는 등 피해를 본 경우 국번 없이 ‘129번’으로 전화하면 피해 사례를 상담해주고 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해 소송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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