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숙
박희숙

사회적으로 꼭 지켜야 할 것이 법이다. 법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는 혼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신화에서 율법의 여신이 테미스다. 테미스는 그리스어로 율법을 뜻하며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땅의 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6번째 딸이다. 그녀는 가이아로부터 예언술을 이어받아 두 번째로 델포이 신탁의 수호신이 되어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과 세상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러한 능력은 제우스를 능가하게 되었다.

테미스는 제우스가 거인족과 싸움을 벌일 때 그에게 암염소 아말테이아의 가죽으로 방패를 만들어 몸에 걸치고 싸우라고 조언을 해주었으며 제우스가 바다의 님페 테티스를 쫓아다닐 때 그녀와 결합하면 아버지를 능가하는 아들이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을 해 제우스는 테티스를 인간의 왕 펠레우스와 결혼을 시킨다. 그 결혼으로 태어난 아들이 트로이의 영웅 아킬레우스다.

테미스는 제우스뿐만 아니라 델포이의 수호신으로서 신탁, 제의, 율법 등을 발명해 신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며 신들을 소집해 연회를 주관하기도 했다. 테미스는 두 눈을 기리고 정의와 질서를 지키기 위해 양손에 저울과 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며 종종 그녀의 딸인 정의 여신 디케와 이미지가 겹치기도 한다. 테미스는 법의 여신이고 디케는 정의 여신으로 비슷하지만 의미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며 우리나라 대법원 앞에 디케를 한국적으로 형상화한 법과 정의의 여신이 있다.

테미스와 디케가 헝겊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앞날을 내다보는 예언자라는 의미도 있지만, 주관성을 버리겠다는 뜻이며 저울은 공정한 판단 그리고 칼은 허구와 거짓으로부터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테미스는 눈가리개와 칼이 없는 모습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눈가리개는 예지력을 상징하는 데 반드시 법에 예지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며 칼은 정의가 강압이 아닌 일반적인 동의에 의해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미스가 들고 있는 저울은 신화나 법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인생에 있어 저울의 무게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항상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해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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