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와 의사단체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24일 성명을 내고 "현 의료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필수 불가결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소명이지만,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이라는 일생일대의 결정은 깊은 절망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필수·지방의료 붕괴의 주요 원인은 낮은 수가(酬價), 진료 전달체계의 미비, 의료 사고시 의사의 법적 보호 시스템 부재 등"이라고 지적했다.

의사들과 정부의 대립이 갈수록 첨예해지면서 환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때 의대생들을 교육시키고 의사들을 배출하는 중추 역할을 하는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들이 진단하는 의료 붕괴의 원인과 해결 방안도 설득력이 있다.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가격 대비 만족도라는 점에서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을 따라잡기 어렵다. 미국 등 선진국의 교포가 치료 때문에 한국을 찾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가 강요라는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의사들의 피해와 양보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운 시스템인 것이다.

이번 의료대란은 문제를 덮어두고 해결을 미뤄온 과거 정권들의 무능과 책임 회피가 불러온 불가피한 참사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생활 수준이 높아진 21세기에 의료는 국민 생활의 절대 요소다. 과거에는 옷과 음식, 주거가 생활의 핵심 요소(衣食住)였다면 이제 의료와 교육, 주거 등 의식주(醫識住) 2.0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보다 합리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정부는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정책 설계에 나서야 한다. 의료집단은 기본적으로 보수 성향이다.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 방향도 대부분 나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대화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