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김성회

"0.68로 떨어진 합계출산율", "유럽의 흑사병 때보다 심각한 인구감소." 이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뉴욕타임 지가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언급한 내용이다. 또 CNN방송은 같은 달 29일 "한국이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때문에 충분한 군인 수를 유지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경북 영양군의 사망자 수는 281명인데 출생아는 29명에 불과했다. 출생아가 사망자의 1/10에 불과하다. 이것은 수도권을 제외한 충청 이남 등, 대부분의 지방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심지어 전남의 한 군에서는 한 해 동안 출생한 아이가 10명을 넘지 않는 곳도 있다.

사태가 이런데도 절박성을 못 느낀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려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은 인구소멸로 눈앞이 캄캄하다.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정책이든 안보정책이든 백약이 무효이다. 그래서 정부도 지난 15년간 280조 원을 쏟아부으며 출산율 제고에 나섰다. 그런데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더 낮아졌다. 이제는 0.68%대가 되었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다양한 진단이 나온다. 그중 여성부에서 진행된 "양성평등 중심의 페미니즘 정책이 출산율 제고에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진단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유럽에서 동성애와 페미니즘이 확산됐을 때 출산율이 대폭 떨어졌던 사례를 예로 든다.

인구감소의 대안으로 ‘헝가리의 출산정책’이 거론된다. 헝가리의 출산율 제고 정책은 41세 이하 신혼부부에게 2년 치 평균 연봉을 대여하여 ‘주거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출산율을 증가시키는 정책이다. 실제 헝가리는 정책 시행 3년 만에 혼인 건수를 42%나 끌어올렸다(2018~2021). 출산율은 2.6% 높아졌다.

출산율 제고정책과 함께 논의되는 것이 ‘이민정책’이다. 국회에서도 ‘출입국 이민관리청(이민청)’ 설립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현재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약 23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5%다. 하지만 농촌의 계절노동자와 공장의 일손은 턱없이 부족하다. 심지어 가사도우미 등 서비스 업종까지 확대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노동력을 원했는데, 사람이 왔다"는 격언처럼, 당장의 ‘노동인력 수급정책’은 이민자 폭동과 같이 사회통합과 국가 정체성 문제에서 심각한 파장을 낳을 우려가 있다. 실제 계절 근로자의 이탈율은 2020년까지 5% 미만이었으나, 2021년에는 17.1%까지 높아졌다. 외국 인력을 단순한 노동력 수급 수단으로 여기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준다.

현재 외국 인력 중 5년 이상 체류 비율은 비전문취업 36.7%, 동포 방문취업 63.0%, 전문인력 50.8%, 유학생 13.4% 등이다. 그 중 체류기간 연장을 원하는 전문인력은 63.5%였다. 따라서 눈앞에 닥친 노동력 수급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건강한 대한민국인(우수이민자)’을 더 많이 양산하는 방향의 ‘인구와 이민정책’을 설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건강한 대한민국인을 늘리기 위해서는 E9 비자를 E7 비자로 전환하는 것 같은 ‘다양한 계단’이 필요하다. 또 청소년기 우수 인재를 많이 들여오기 위해 교육기본법 등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고, 유학생들에게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K-컬처와 연계된 이민박람회 개최, 해외 한글학당 확대 등, 젊은이들의 ‘코리안드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바야흐로 세계는 ‘인구’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인구구성 비율과 경제성장율은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다. 단일민족적 사고가 아니라, ‘더 큰 대한민국’의 관점에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인구 이민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출입국 이민관리청의 설립과 함께 대통령실에 ‘인구 이민정책 비서관실’의 설치가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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