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 구마모토 1공장 준공 의미

日 정부, 1·2공장에 10.6조 지원...수입 의존 첨단 반도체 현지 생산
中 견제·공급망 안정화 역할 기대...향후 경제 안보의 중요거점 예고

지난 24일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서 열린 TSMC 반도체 제1공장 개소식에서 사이토 겐(왼쪽부터) 일본 경제산업상,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류더인 TSMC 회장,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지난 24일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서 열린 TSMC 반도체 제1공장 개소식에서 사이토 겐(왼쪽부터) 일본 경제산업상,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류더인 TSMC 회장,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주문수탁생산)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세운 반도체 공장이 향후 일본 경제 안보의 중요한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니케이신문등 주요 일본 언론이 25일 일제히 보도했다. 한때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1988년까지 글로벌 점유율 50%에 달했지만 그후 버블이 꺼짐과 함께 지난 30년간 침체를 격으며 2021년에는 6% 수준으로 급감했다.

24일 TSMC 구마모토현 소재 TSMC 제1공장 개소식에서 장중머우 TSMC 창업자 (사진)는 "구마모토 공장은 일본과 세계의 반도체 제조를 강인하게 할 것"이라며 "일본 반도체 생산의 르네상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협력’ 상징으로 평가되는 이 공장에서는 약 1천700명이 12∼28나노(㎚, 10억분의 1m) 공정 제품을 한 달에 5만5천장(300㎜ 웨이퍼 환산 기준)가량 생산할 예정이다.

연내에 착공 예정인 제2공장과 함께 3400명의 고용창출을 전망한다. 한편 가마시마 이쿠오 구마모토현 지사는 "구마모토현은 역사적인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100년에 1번의 빅 찬스"라고 말해, 현지 경제에의 파급 효과에 대한 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현재 일본 반도체 업계에서 양산할 수 있는 최신 공정은 40나노 수준이다.

요미우리신문은 "TSMC 구마모토 공장은 반도체를 일본에서 확보한다는 경제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거점"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한 "일본 정부는 경제 안보 거점이 될 TSMC 공장 두 곳에 합계 1조2000억엔(약 10조6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라며 "지금까지 일본이 생산하지 못해 수입에 의존했던 첨단 반도체 생산을 예상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일본과 대만이 손잡고 완성한 TSMC 구마모토 공장이 중국 반도체를 견제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닛케이는 구마모토에서 양산하는 반도체를 ‘성숙기 제품’으로 지칭하면서 "최신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첨단 제품은 아니지만, 자동차와 산업기기 등에 폭넓게 사용돼 경제 안보상 전략 물자라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교도통신도 이날 "경제안보 측면과 일본 산업구조 변혁에 중요 파트너"라고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2일 촬영된 TSMC 구마모토현 제1공장의 모습. /교도=연합
지난 12일 촬영된 TSMC 구마모토현 제1공장의 모습. /교도=연합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디지털 전환(DX), 4차 산업혁명(4IR) 실현에 따른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자율주행차, 디지털 화폐, 블록체인 등 신기술의 발달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견된 가운데 미국,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반도체 산업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이들 신기술들은 모두가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가 적용되는 품목들로서 정밀 유도무기체계 (PGM-WS)에 적용되는 필수 핵심 요소들이다. 심지어 일반 포탄의 대량 생산에도 적용되는 필수 구성품이다.

실제로 반도체는 한국 방산 무기 개발 및 수출의 숨은 효자로서 무기체계(WS, Weapon System)의 선행설계(PD, Preliminary Design)시부터 민간-군수 부문의 공동 연구를 통하여 최적화된 성능과 품질보증 그리고 제품 생산과 원가관리 등에 필수적이다. 한국의 방위사업청도 한국 무기체계 연구·개발 (R&D-WS)의 메카인 대전의 국방과학연구소(ADD, 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와 KAIST 그리고 다수의 방위산업체와의 협약을 통해 국방반도체 (Mil-spec Semi-conductor)개발 및 제작지원을 하며, 한국의 국방반도체 산업생태계의 고도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형성된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분업구조는 기업의 혁신과 기술개발의 원동력이 되었으나, 이제는 기술 민족주의와 함께 자유 민주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친서방진영과 권위주의체제의 중국-러시아-북한등의 독재 경제체제의 블록화로 나뉜 가치사슬 공급망(SCM, Supply Chain Management)으로 재편되고 있다. 날로 심화되어 가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은 단순히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뿐만 아니라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무기체계의 개발등 그 파급효과는 상상이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와 같이 반도체는 이제 핵무기에 버금가는 핵심 전략자산이다. 최근 발표한 미국 정부의 자국내 강력한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막대한 현금 지원정책과 함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 강자인 한국이 시스템 반도체의 절대 강자인 TSMC와 연합하는 일본·대만 연합군과 경쟁과 협력 (C&C, Competition or Cooperation)을 넘어 어떠한 미래 전략을 가져갈 지 이는 단순히 기업들 운명의 차원을 넘는 국가의 흥망성쇄를 결정하는 그러한 중차대한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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