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김태수

올해 11월 미국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계 연방 상원의원이 탄생할 것인가. 변수가 없는 한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인 2세 뉴저지 주 3선 연방 하원의원 앤디 김. 앤디 김은 지난해 상원 출마 이후 계속 선두를 지켜오고 있다. 최근 뉴저지주 민주당 카운티 당원 투표에서도 3연승을 거뒀다. 26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앤디 김은 25일 헌터돈 카운티에서 열린 뉴저지 3번째 당원대회에서 120표를 획득, 64표에 그친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의 부인 태미 머피 후보에 승리했다. 앤디 김은 머피 부부가 25년간 거주한 몬머스에서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자신의 지역 거점인 벌링턴에서 두 번째로 이겼고, 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특별한 정치적 인연이 없는 작은 카운티 헌터돈에서마저 승리를 기록했다.

이로써 김 의원은 내리 3차례 경쟁자 머피에게 패배를 안기며, 오는 6월 상원의원 선출을 위해 열리는 뉴저지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유리한 자리를 점하게 됐다. 카운티 선거는 뉴저지 프라이머리의 독특한 전통으로, 카운티 투표에서 승리하면 당에서 지지하는 후보에게 주어지는 이른바 ‘카운티 라인’을 차지할 수 있다.

앤디 김은 시카고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은 중동문제 전문가다. 2009년 국무부에 입성했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했다. 2018년 11월 공화당 현역의원을 꺾고 연방 하원에 입성한 후 2022년 3연임에 성공했다. 한국계로서 3선 연방 의원이 탄생한 것은 1996년 김창준 의원 이후 26년 만이다.

앤디 김이 첫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다면 미주 한인 역사에 또 한 번 커다란 이정표를 세우는 것이다. 그동안 앤디 김을 포함 4명의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이 배출됐지만,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연방 상원 진출은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미국 역사상 총 7명의 아시아계 연방 상원의원이 있었다. 캘리포니아의 사무엘 하야카와(1977-1983), 하와이의 스파크 마쓰나가 (1977-1990)·다니엘 이노우에 (1963-2012)·다니엘 아카카 (1990-2013) 등. 이들은 모두 일본계다. 역시 일본계인 하와이의 메이지 히로노, 일리노이의 태국계 태미 덕워스는 현재 상원의원 직에 있다. 인도계인 카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은 부통령에 당선되기 전 캘리포니아 연방 상원의원으로 재직했다. 이들 모두는 서부 출신, 앤디 김이 상원에 당선되면 동부의 첫 아시안계 상원의원이 된다.

앤디 김 경쟁상대인 태미 머피는 현 뉴저지 필 머피 주지사의 부인이다. 주지사 부인이 같은 주 연방 상원에 출마한다는 점에서 족벌주의 지적을 받고 있다. 태미 머피는 뉴저지 주의 퍼스트 레이디로 활동하면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정계에 잘 알려져 있다. 주류 뉴저지 정치인들과 민주당 정치단체로부터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앤디 김은 뉴저지 주에서 3선의 관록이 있지만 태미 머피처럼 주류 인사들의 지지를 많이 받지 못하고 있다. 앤디 김이 말한 것처럼 이번 선거는 주류 태미 머피 대 아웃사이더 앤디 김의 대결로 압축된 상태다.

두 후보의 선거자금 모금은 태미 머피가 앤디 김에 약간 앞서고 있는 상황. 머피는 민주당 주류 인사들의 고액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반면 앤디 김은 대부분 200달러 미만, 50달러 미만의 풀뿌리 자금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태미 머피가 주류 후보라는 장점을 앞세워 연일 판도를 엎으려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에 맞서 앤디 김은 그동안 뉴저지 민주당의 부패를 들어 자신과 같은 참신한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앤디 김의 주장은 뉴저지 주민들 호응을 얻고 있다. 오는 11월 트럼프냐 바이든이냐 미국 대통령 선거도 중요하지만, 최초의 미 연방 상원의원 앤디 김의 탄생을 지켜보는 중요한 날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