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신
임명신

지난주 미국에서 듀럼(Durham)특검 최종 보고서가 나왔다. 충격적인 내용이다. 국내외 일부 유튜버들이 전하고 있을 뿐, 주류 언론은 작심한 듯 침묵하고 있다. 미국 주류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니 그것을 받아쓰는 국내 대형 언론사도 별 수 없는 일일지 모른다.

취임 직후의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간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조사의 배경을 캐고자, 당시 연방수사국(FBI)이 임명한 게 듀럼 특검이다. 이를 자세히 보도한 폭스TV에 따르면 2016년 대선 전후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측은 상대 후보 트럼프 캠프 서버를 해킹했다. 트럼프타워, 트럼프 아파트, 심지어 취임 후 백악관 대통령실(EPO)까지 들여다 본 엄청난 사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말마따나 "워터게이트보다 10배 심각한 힐러리게이트"라 할 만하다.

힐러리를 비롯한 민주당 측은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에 대해 "러시아와 공모해 당선 됐으니 탄핵 감"이면서 밀어붙인 결과, 뮬러 특검을 임명해 조사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끝난 이 스캔들의 배후에 힐러리가 깊이 개입됐음이 밝혀진 것이다. 러시아 스캔들 전체를 아예 조작했다고 볼 만한 증거들이다. 힐러리 측은 한 통신회사를 시켜 트럼프 캠프와 트럼프 타워 사무실, 트럼프의 아파트에까지 도청장비를 설치해 트럼프의 모든 것을 도청·해킹했다.

심지어 이 행위가 트럼프의 정권인수위원회 시절까지 이어졌음이 드러났다. 트럼프 타워에 있었던 정권인수위 서버를 당시 러시아 알파은행이란 곳의 서버를 연결, 트럼프와 러시아가 협력해 힐러리 낙선을 기도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미국 정치사 최악의 스캔들’로 기록될 사건이다.

폭스뉴스의 관련 보도에 힐러리는 "악의적"이라며 격분을 감추지 않았고, 그녀의 전 대변인 필립 레인스로부터 "극우파의 미친 듯 과도한 히스테리적 반응"이라는 논평이 나왔다. 그러나 혐의를 빠져나가긴 쉽지 않아 보인다. 힐러리 측의 예민한 반응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유롭지만 단호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힐러리의 스파이 행위와 관련해 더 많은 내용이 쏟아질 것", "워터케이트보다 열 배 더 심각한 ‘힐러리게이트’"라는 것이다. 적어도 "침묵하는 주류매체들 역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셈"이라는 트럼프의 비판은 적절해 보인다.

‘힐러리 게이트’나 ‘주류언론 비판’이 이 글의 요지는 아니다. 정작 경계해야 할 상대가 따로 있다는 말을 하고자 한다. 미국이 러시아를 ‘악마화’ ‘적대시’하면 중국공산당의 입지가 넓어진다. 서구사회는 전통적으로 러시아를 두려워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가 여전히 느슨하다. 아니, 그런 방향으로 이끌고자 ‘러시아 위협’의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중밀월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그 때의 흔적을 감춰야 하는 사람들이 없을 수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바, 서방 세계에서 ‘러시아 공포’는 쉽게 여론몰이가 되는 모양이다. 트럼프에게 ‘러시아 공모설’을 덧씌우려 했던 것처럼.

부동항을 찾아 남하하는 러시아, 이를 필사 저지하려는 서구의 오랜 적대적 관계가 있다(19세기 ‘그레이트 게임’). 냉전시대 대결의 기억 또한 무시 못한다. 서구문명에 늦게 편입된 러시아를 낮춰보는 시각, 그에 대한 반발과 서구에의 동경이 뒤엉킨 러시아의 복잡한 심리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 러시아는 그나마 정교회를 중심으로 보수 가치로의 회귀 지향을 보이는 사회다. 우리들이 선망할 체제는 아니지만 미국·서구의 PC(정치적 올바름)주의자들, 이에 관대한 중국보다 오히려 덜 위험하다. ‘동성애’ ‘비판적 인종이론’ 등 문명사회를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경향과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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