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배제 재고 촉구 기자회견 후 국회 소통관에서 퇴장하고 있다. /연합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배제 재고 촉구 기자회견 후 국회 소통관에서 퇴장하고 있다. /연합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더불어민주당에 잔류한 것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당권 장악을 향한 ‘일보후퇴, 이보전진’ 행보란 평가가 나온다. 임 전 실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서울 중성동구갑 공천 여부를 한 달 가까이 끌면서 자연스럽게 반명의 구심점으로 부각됐다. 그런 상황에서 총선 후 이 대표 리더십이 흔들릴 경우 자신이 반명그룹을 모아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란 것이다.

여의도에선 앞으로 임 전 실장에게 3번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본다. 먼저 3월 중순경 민주당 공천이 마무리되면 이 대표 본인부터 인천 계양을 선거 집중과 선거패배 책임론 회피를 위해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위원장 자리에 임 전 실장을 앉힐 가능성이 크다.

만일 탈당을 결행했을 경우엔 민주당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이 이 대표뿐 아니라 탈당파들에게도 향할 수 있으니 임 전 실장은 이같은 책임론을 피해야겠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또 선대위원장을 맡으면 비록 선거에 패하더라도 당을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을 쌓을 수 있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민주당 내에서는 지역구 출마자들이 이 대표의 지원 유세 등을 기대하지 않고 출마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이재명 얼굴로 선거가 어렵다’는 토로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 대패했을 때 이 대표 체제가 자연스럽게 붕괴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자칫 민주당이 두자리 수 의석에 그쳤을 땐 공천에서 배제된 비명은 물론 공천을 받은 친명까지도 대표 책임론을 들고 나올 수 있다. 이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임 전 실장이 자신의 중량감을 내세워 비대위원장직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끝으로 현 추세로는 민주당의 총선 패배가 확실해 8월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가 재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여의도 정가에선 ‘친문이 자연스럽게 흩어진 것처럼 친명이라고 영원이 친명이 아니다’란 말이 있다. 또 이 대표가 아무리 친명을 심어놨어도 공천을 못받거나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이 훨씬 많아 전당대회에서 반명그룹의 대표주자가 당권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임 전 실장은 4일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대표와 만나는 것이 알려지며 탈당설이 유력했지만 결국 당에 남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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