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철판을 깔았다’는 표현이 수사법(修辭法)상 강조·과장에만 해당하는 경우가 아닌 것 같다. 해부학적 검증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유시춘 EBS 이사장 말이다. 국민권익위는 "유시춘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장이 업무추진비 수천만 원을 사적으로 쓰고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4일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유시춘 이사장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친누나다. 교육방송 경력이라곤 일체 없는 비전문가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 때 2018년 9월 3년 임기의 EBS 이사장으로 선임됐고 2021년 또 연임됐다. 윤석열 정부로 바뀐 지 2년이 지났는데도 여태껏 버티고 있다. 깨끗하고 일 잘 하며, 흔한 말로 ‘타의 모범’이라도 되는 인물이라면 정권과 관계없이 국민이 봐줄 수도 있을 것이다.

유 이사장은 전혀 아니다. 공휴일인 주말에 유명 관광지 등에서 법카를 제 마음대로 긁었다. 권익위는 유 이사장이 2018년 9월 EBS 이사장 취임 이후 5년여간 정육점·백화점·반찬 가게 등에서 약 200차례, 1700만 원어치를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했다. 자기 식구들이 먹을 반찬값을 국민 세금으로 긁은 혐의가 짙게 풍긴다. 이재명의 부인 김혜경씨가 경기도 법카로 스시 초밥 10인분 수십만 원어치씩 긁은 것과 유사 행태다.

뿐만 아니다. 토·일요일과 공휴일에 ‘직원 의견 청취’ 명목으로 제주도, 강원도 곳곳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경우가 100여 차례다. 공휴일에 일을 할 리가 만무하다. 자기 측근 일부와 주변 아는 사람들 모아 제주도로 놀러 다니며 먹고 마시는 데 사용한 것이 거의 틀림없어 보인다. EBS는 경기 고양시 일산 동구에 있다. 법카는 특별한 일 아니면 토·일요일에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이다. 하물며 일산 동구 EBS 주변도 아니고 제주도라니 말이 되는가.

지난해 경기교육바로세우기시민연합은 ‘EBS 정상화 촉구 범시민대회’를 열었다. 시민연합은 경기도 초·중·고교 교장을 지낸 교육자들과 유치원연합회 회원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유 이사장이 EBS 대표를 맡을 자격이 없다고 탄원했다. 유 이사장의 아들이 마약 범죄자여서 더욱 곤란하다는 주장이었다. 유 이사장은 벌써 자진 사퇴했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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