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는 지구 미생물이 우주탐사선을 통해 외계 행성에 유입돼 생물학적 오염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 별도의 ‘행성 보호(Planetary Protection)’팀을 운용하고 있다. 사진은 화성 탐사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 )’로 부품 조립과 시운전 등 발사 이전의 전 단계를 클린룸에서 진행했고, 4500곳의 표면에서 4만8000번의 미생물 배향 실험을 거쳐 발사됐다. /NASA
NASA는 지구 미생물이 우주탐사선을 통해 외계 행성에 유입돼 생물학적 오염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 별도의 ‘행성 보호(Planetary Protection)’팀을 운용하고 있다. 사진은 화성 탐사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 )’로 부품 조립과 시운전 등 발사 이전의 전 단계를 클린룸에서 진행했고, 4500곳의 표면에서 4만8000번의 미생물 배향 실험을 거쳐 발사됐다. /NASA

미 항공우주국(NASA)에는 ‘행성 보호(Planetary Protection)’라는 특별한 직무를 수행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이들의 임무는 우주 탐사 과정에서 탐사선과 탐사로버에 붙어 지구를 탈출한 미생물로 인해 외계 천체가 생물학적으로 오염되는 사태를 막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외계 천체의 시료를 지구로 가져오거나 유인 탐사 후 탐사대원이 지구로 복귀할 때 혹시 모를 외계 미생물(유기물)의 지구 밀항을 막는 것 또한 행성 보호의 핵심이다.

전자는 데이터의 무결성과 분석결과의 신뢰성을 무너뜨리고, 후자는 지구 생태계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NASA는 최근 행성보호국 소속 과학자들이 보다 완벽한 행성 보호 전술 개발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로 대변되는 유인 탐사 재개와 화성의 토양 시료를 가져오는 ‘화성 샘플 회수(MSR)’ 등의 임무로 인해 교차 오염의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행성 보호 기술의 고도화에 나선 것이다.

NASA에 따르면 행성 보호는 인류가 우주탐사를 시작한 1960년대부터 각국 우주기구들이 지키고 있는 원칙이다. 행성 보호의 실패는 곧 우주 탐사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고 판단, 유엔 우주사무국(UNOOSA)의 주도 하에 우주탐사 임무에서 지구의 미생물에 의한 외계 천체의 오염이나 외계 미생물의 지구 유입 차단을 의무화했다.

이에 NASA는 탐사 대상 천체(행성, 혜성, 소행성)별, 탐사체(궤도선, 착륙선, 로버)별로 엄격한 행성 보호 요건과 절차를 마련해 놓고 있다. 화성, 유로파(목성 위성), 타이탄(토성 위성) 등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는 천체일수록 조건이 까다롭고, 천체에 착륙하지 않는 궤도선도 불의의 상황에서조차 천체와 충돌해 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NASA의 행성보호관인 미생물학자 첼시 카실리 박사는 "모든 탐사체는 탐사기간 동안 외계 천체가 오염될 확률을 1×10-3 이하, 50년간 화성과 충돌할 확률을 1×10-4 이하로 낮춰야만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발사 자체가 승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행성 보호의 기본은 ‘멸균’이다. 하지만 인체에만 세포의 수보다 많은 약 39조개의 미생물이 존재하고, 지구의 거의 모든 곳에서 1조종(種)에 달하는 미생물이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100% 멸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카실리 박사는 "모든 우주 발사체와 탑재체의 부품은 각각의 물성에 맞춰 고온 살균, 과산화수소 증기 살균, 자외선 살균, 이소프로필 알코올 소독 등의 과정을 거쳐 클린룸에서 조립되고, 발사대로 이동하기 전까지 수백차례 이상 알코올 세척이 추가 진행되지만 다수의 미생물이 세균 포자(bacterial spore) 형태로 살아남는다"며 "때문에 오염 확률을 충분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행성 보호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세균 포자는 환경이 생존에 적합지 않을 때 미생물이 자신을 보호하고자 만드는 휴면성 포자로, 이들 중 일부는 발사 때의 고온·고압과 우주의 고에너지 방사선, 진공, 초저온 상황도 이겨낸다. 실제 아폴로 12호 대원들이 회수한 무인 달착륙선 ‘서베이어 3호’의 카메라에서 연쇄구균이 발견된 바 있다. 무려 3년간 달이라는 적대적 환경에서 생존한 녀석들이었다. 화성 등에서도 동일한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카실리 박사는 "기존 행성 보호 전술은 현대의 하드웨어와 우주항공 소재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기계 부품을 대상으로 한 살균법을 인간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최대 당면 과제"라며 "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략법 발굴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실리 박사팀은 화성, 유로파 등 극한의 환경에서 생존·증식할 수 있는 미생물을 찾아내고, 최적의 살균법을 규명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고염도의 화성 토양에서 살아남을 만한 염분 내성 미생물 연구, 접착제·그리스·세라믹 소재와 밀접한 미생물 탐색,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미생물 군집 및 장비·인체 영향 연구, 부품의 제조공정에 따른 미생물 경감 효과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

카실리 박사는 "지구상의 극한 지역과 ISS가 우리의 연구 무대"라며 "이를 통해 미래의 우주 탐사에 보편타당하게 적용할 수 있는 행성 보호 전술을 수립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전했다.

NASA 마셜우주센터의 행성 보호 책임자인 첼시 카실리 박사(사진)는 우주탐사 임무에서 지구 미생물에 의한 외계 천체의 오염이나 외계 미생물의 지구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우주의 고에너지 방사선 등 극한 환경에서 생존·번식할 수 있는 미생물을 찾고 있다.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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