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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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3년 반째 ‘위험 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긴축적 통화정책을 한다며 금리를 올린 국가 중 부채 축소에 실패한 곳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의 신용 갭은 10.5%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2분기 말 12.9%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14분기 연속 10%포인트선을 넘었다.

신용 갭은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 즉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보여주는 부채 위험 평가 지표다. 민간신용 비율의 상승 속도가 과거 추세보다 빠를수록 신용 갭이 벌어지는데, BIS는 잠재적인 국가별 신용위기를 가늠하는데 이 지표를 사용한다.

BIS는 신용 갭이 10%포인트를 초과하면 경보 단계, 2~10%포인트면 주의 단계, 그리고 2%포인트 미만이면 보통 단계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2분기부터 위험 수

위라는 경고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197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이다.

우리나라의 신용 갭은 지난 2017년 4분기 말 -2.9%포인트를 변곡점으로 상승 전환해 2019년 2분기 말 3.0%포인트로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가계와 기업의 빚이 급격히 늘면서 신용 갭은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2021년 3분기 말에는 17.4%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하락 추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10%포인트를 넘고 있다.

이는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지난해 3분기 말 225.5%에 달해 2020년 1분기 말의 200.0% 이후 15분기째 200%를 웃도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3분기 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5%, 기업부채 비율은 124.0%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민간부채 위험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용 갭이 10%포인트를 초과한 나라는 BIS 조사대상 44개국 가운데 일본(13.5%포인트)과 우리나라뿐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연 3.50%로 3%포인트 높이는 동안 일본은행(BOJ)은 연 -0.1%의 정책금리를 유지했다. 물가와 함께 부채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 우리나라와 부채 증가를 사실상 용인한 일본이 위험 수위 경고라는 똑같은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국가는 신용 갭을 줄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부채를 축소하는 디레버리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가계·기업부채에 정부부채까지 더한 우리나라의 총부채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5988조191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9조8614억원 더 늘었다. 총부채 규모는 지난해 4분기 말 기준으로 사상 첫 6000조원 돌파가 유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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