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사진은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 /연합
일본은행이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사진은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 /연합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9일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일본은행은 이날까지 이틀간 개최한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대규모 금융완화의 핵심인 마이너스 금리정책 해제를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2016년 2월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통해 은행에 돈을 맡기면 -0.1%의 단기 정책금리를 적용해 왔는데, 이번에 0.1%포인트 올려 단기 정책금리를 0∼0.1%로 유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이례적인 마이너스 금리정책에서 8년 만에 탈출하면서 다시 ‘금리 있는’ 시대에 돌입하게 됐다.

아울러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를 위해 추진해 왔던 수익률곡선 제어(YCC) 정책을 폐지하고,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 매입도 중단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장단기 금리조작으로 불리는 YCC 정책은 금리 변동 폭을 설정하고, 금리가 이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국채를 대량 매입하는 것으로 2016년 9월 도입됐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단기 정책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 정책금리의 경우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한다는 방침 아래 장기금리 변동 폭을 조금씩 확대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YCC 정책을 폐지하면서 1%로 정했던 장기 정책금리의 변동 폭 상한선을 없애고 금리 변동을 용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2010년에 시작된 ETF와 REIT 매입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하면서 금융완화를 강력하게 추진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전 일본은행 총재의 재임 시기에 활발하게 이뤄졌다. 일본은행이 지난해 9월 집계한 보유 ETF 시가는 60조 6955억 엔(약 544조 원)으로 장부가 37조 1160억 엔 대비 평가이익이 23조 5794억 엔(약 211조 원)에 달한다. 일본은행은 REIT 매입을 2022년 6월 이후 중단한 상태다.

일본은행의 이날 결정은 그동안 마이너스 금리정책 변경의 주된 조건으로 강조돼 온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의 선순환이 확인된 결과로 보인다.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로 제시해 왔는데,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3.1% 오르며 198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일본의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지난 15일 중간 집계에서 평균 임금 인상률이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1.48%포인트 높은 5.28%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조합원 수가 300명 미만인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률도 4.42%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다만 일본은행은 금융시장의 관측대로 이날 금융완화를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당분간은 추가로 금리를 올리지 않고 국채 매입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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