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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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민연금이 127조원에 달하는 기금 운용수익을 올렸다. 운용수익률은 14%에 육박한다. 이로 인해 기금 적립금(순자산)도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겼다. 국민연금이 1900조원 규모의 일본 공적연금(GPIF), 1800조원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순자산 1000조원이 넘는 연기금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기금 운용수익 중 해외투자 수익도 73조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 주요 수출 대기업 10곳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가상자산 간접투자로도 600억원가량을 챙겼다. 정부가 이달 중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임직원 20여명을 대상으로 포상에 나설 계획인 것도 이 같은 투자 성과 때문이다. 정부가 투자 성과를 인정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포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의 운용수익 극대화는 기금 적립금 고갈 시기를 늦추는데 크게 기여한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현행 제도하에서 기금 적립금은 2040년 1755조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수지 적자가 발생해 2055년 고갈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기금 적립금의 고갈 시기를 6년 정도 늦출 수 있다는 것이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이다.

7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금 적립금은 1035조80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16.3%인 145조원 증가한 것이며, 기금 적립금이 10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기금 운용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은 126조8000억원, 수익률은 역대 최고인 13.59%다. 직전 해인 2022년 -8.22%의 운용수익률을 기록하며 79조6000억원의 운용 손실을 본 지 1년 만에 완전히 복구한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제도 도입 이후 투자를 통해 조성된 누적 운용수익금은 578조원인데, 이 중 22%를 지난 한 해에 벌어들인 것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수익금은 약 73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대자동차 15조1000억원, 기아 11조6000억원, 삼성전자 6조5000억원 등 수출 상위 10개 대기업이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 합산금액 50조3100억원을 22조원 이상 웃도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증시가 호조를 보인 영향이 크다. 지난해 11월부터 연말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뒷심을 발휘한 덕을 본 것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말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수익금은 62조8000억원이었는데, 연말 기준으로 126조8000억원까지 불어난 점을 감안하면 마지막 두 달에 운용수익금을 2배 이상으로 늘린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투자자산구성, 즉 포트폴리오에서 30.9%를 해외 주식, 14.3%를 국내 주식으로 배분했다. 이 같은 전략이 주효해 해외 주식과 국내 주식의 수익률은 각각 23.89%, 22.12%에 달했다.

채권 투자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에서 31.5%로 비중이 가장 큰 국내 채권 수익률은 7.4%를 기록했다. 7.1% 비중의 해외 채권 수익률은 8.84%다. 지난해 10월 말 연 5%대였던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연말 연 3%대 후반으로 떨어지며 채권가격이 상승한 덕을 톡톡히 봤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것도 달러로 투자한 해외자산 가격을 원화로 환산할 때 유리하게 작용했다.

포트폴리오 비중이 15.9%인 대체투자 수익률은 5.8%며, 심지어 가상자산 간접투자에서도 수익을 올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분기 1993만4100달러(약 266억원)를 들여 뉴욕증시의 나스닥에 상장된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주식 28만2673주를 매입했다. 주당 70.5달러에 지분 0.15%를 사들인 것이다.

코인베이스는 올들어 지난 4일 229.15달러에 장을 마감했는데, 이를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코인베이스 주식 매입분 평가액은 3.25배 증가한 6478만 달러(약 864억원)로 불어나 4484만 달러(약 598억원)의 평가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지난 2022년 연금 수급자 667만명에게 지급한 연금은 34조8208억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지난해 국민연금이 벌어들인 기금 운용수익금은 연금 수급자에게 3년 6개월간 지급할 수 있는 규모로 이른바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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