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이천 SK하이닉스에서 김동섭 사장과 반도체 정책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현역 의원이 대거 탈락한 경선결과와 관련해 "위대한 국민과 당원의 뜻"이라고 말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6일 밤 발표한 경선결과를 두고 ‘개딸의 행동력에 일반 시민의 민심이 졌다’는 개탄이 나온다.

민주당이 밝힌 4·5·6차 경선 결과에 따르면, 비명계 지역구 현역의원인 김한정·윤영찬·강병원·정춘숙·전혜숙·박광온 의원 등이 모두 친명 비례대표 의원 또는 원외인사들에게 패했는데 승자의 상당수가 지역에 연고가 전혀 없는가 하면, 본선 경쟁력도 현역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만일 일반 시민의 의사만 반영됐다면 이겼을 가능성이 큰 현역들이 개딸이 장악한 권리당원 조사에서 밀렸을 것이란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먼저 이수진(비례) 의원은 당초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하려 했다가 이 지역이 전략선거구로 지정되면서 급히 경기 성남중원으로 옮겨 현역 윤영찬 의원을 꺾었다. 이 의원은 이 지역과 연고가 없는데도 이긴 것이다. 민주당 이번 경선은 권리당원 50%와 일반시민 50% 의사를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권리당원 표가 대거 이 의원에 집중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권리당원 중 개딸의 비율이 크지 않지만 이들은 행동력과 집중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진갑 경선에선 원외 이정헌 전 JTBC 앵커가 현역 전혜숙 의원을 눌렀다. 이 전 앵커는 당초 고향인 전주에서 출마를 타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역구를 변경하는 바람에 전주에서 ‘정치 상도의’ 문제가 제기된 인사다. 이 전 앵커 역시 광진구에는 연고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주민 이모 씨는 "광진갑 지역은 전혜숙 의원이 토박이색이 강한데 인지도가 낮은 이정헌 전 앵커가 이겼다는 게 의문스럽다"며 "국민의힘 김병민 후보가 상대하기엔 전 의원보다 이 전 앵커가 좀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병 경선에서 승리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도 제주 출신으로 용인에 연고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 전 대변인은 지난해 제주에서 출판기념회를 열면서 제주 출마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지역을 바꿨고 현역 정춘숙 의원을 누른 것이다.

서울 은평을은 현역 강병원 의원이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에게 졌다. 후문으로는 강 의원은 자신에게 투표해줄 권리당원을 충분히 확보해놔 안심하고 있었다고 한다. 김 전 구청장은 구청장 이력은 있지만 최근까지 강원도당위원장직을 맡아 은평주민에게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은데도 이겼다.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 원외 김준혁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도, 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3선 현역인 박광온 의원에 승리했다.

이처럼 친명계가 비명계를 모두 누른 ‘비명횡사의 밤’을 두고 본선에서 민주당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최병천 전 부원장은 "일반시민들이 이번 결과를 볼 때 ‘민주당이 정말 혁신했구나’라고 보겠나. 아니다"라며 "중도층은 민주당이 이상해졌다고 생각할 것이며 본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홍영표 의원은 이날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강성 지지자들을 동원한 선동 정치가 지금 민주당을 점령하고 있다"며 "이 대표가 사당화를 위해 이번 총선을 앞두고 치밀하게 준비한 선출직 평가에서 의원들을 하위 그룹에 넣은 것이 작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공천 문제는 끝났지만 후유증은 계속 남을 것"이라며 "결국 민주당이 계속해서 강성 지지층만 가지고 선거를 하겠다는 전략이 지금 지속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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