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공재
최공재

Bad Taste는 ‘반지의 제왕’을 연출한 피터 잭슨 감독의 데뷔작이다. 한국 제목은 세계 100대 불가사의에 들어가도 됨직한 생뚱맞은 제목, ‘고무인간의 최후’다. 그저 영화가 좋아 돈을 버는 대로 동네 친구들과 주말에만 촬영하면서 4년의 시간에 걸쳐 완성한 영화로, 유럽의 각종 영화제에 진출해 스플래터(splatter)무비의 전설이 되었다.

이유 없이 난도질하는 슬래셔(slasher)무비와는 차원이 다른 과장된 난도질 영화장르의 탄생이었다. 일반 관객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화면의 조합들이지만 새로운 장르를 기다리던 영화 마니아들에게 열광적 반응을 받으며 피터 잭슨은 그 이후, 스플래터 무비의 최고작이라 불리는 ‘데드 얼라이브’를 만들어 할리우드에 진출, 전 세계가 열광한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킹콩’ 등을 만들게 된다. 반지의 제왕만을 생각하고 피터 잭슨의 전작들을 찾아보는 것은 위험하다. Bad Taste는 여전히 일반인들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운 스플래터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모르고 본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혹독한 악평을 쏟아붓곤 한다. 어쩌겠는가? 새로운 장르의 탄생은 그렇게 소수의 적극적 마니아들로부터 살아나고 발전되는 것을. 새로운 장르의 탄생에 거부감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그것으로 인해 문화는 발전되고 다양화된다는 것이다. 피터 잭슨이 만든 위대한 걸작 ‘반지의 제왕’을 보자. 그 영화는 피터 잭슨의 과거 영화들이 없었다면 절대 나오지 못했을 영화다.

톨킨이 쓴 원작은 자신의 손주들에게 들려주려고 만든 동화적인 감성이었지만 피터 잭슨은 자신의 주특기인 스플래터 스타일을 가미했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스타일의 거대서사 영화가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문화는 그래서 작든 크든 태생적 의미가 존재하며 메이저는 마이너로부터 발전되고 숙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소외되거나 알려지지 않은 문화를 소개하고 말하는 공간으로 칼럼 간판을 정했다. Bad Taste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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