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체형 세탁건조기 신제품을 하루 간격으로 내놓으며 자존심 대결을 시작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이무형 삼성전자 부사장이 일체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체형 세탁건조기 신제품을 하루 간격으로 내놓으며 자존심 대결을 시작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이무형 삼성전자 부사장이 일체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국내 가전시장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체형 세탁건조기 신제품을 하루 간격으로 내놓으며 자존심 대결을 시작했다. 세탁건조기는 세탁과 건조 기능을 하나로 합친 것을 말한다. 가사 노동의 한 축을 차지하는 빨래와 건조를 따로 하지 않아도 돼 젊은 층 사이에서 필수 가전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단독 건조기 수준 못지않은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초반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LG전자도 초(超)프리미엄 제품군인 ‘시그니처’ 라인에 배치해 고급 가전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당기고 있다. 양사의 때아닌 세탁건조기 대전으로 침체기에 있는 가전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돌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세탁건조기 대전의 포문을 연 곳은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달 22일 국내 가전시장에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국내 최초로 ‘히트펌프 방식’을 적용한 일체형 세탁건조기로, 세탁과 건조 용량은 각각 25kg, 13kg다. 제품 하단에는 속옷, 아이 옷 등을 분리 세탁할 수 있는 4kg 미니 워시도 탑재됐다.

히트펌프는 냉매의 순환을 통해 공기의 온도·습도를 변화시켜 옷감의 수분을 날리는 역할을 한다. 기존 히터 방식의 콘덴싱 타입 건조기 대비 건조 시간을 절반 이상 절약할 수 있고, 옷감이 수축한다거나 손상될 가능성을 줄였다.

LG전자의 새로운 세탁건조기엔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됐다. 의류 재질에 따라 최적의 맞춤 세탁·건조를 진행한다. 세탁물을 넣고 문을 닫으면 3~6초 만에 무게를 빠르게 감지, 세탁·건조 예상 시간을 알려주는 식이다.

아울러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는 세탁이 끝나면 스스로 건조를 시작한다. 건조기를 돌리기 위해 세탁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젖은 세탁물을 꺼내 건조기로 옮길 필요 역시 없다. 이를 통해 ‘가사 해방을 통한 삶의 가치 제고’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고객 경험의 혁신을 실현했다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신형 세탁건조기를 출시한 지 하루 만에 ‘비스포크 AI 콤보’를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이 제품의 스펙은 세탁 용량 25kg, 건조 용량 15kg으로 기존 히터 방식과 히트펌프를 가미한 ‘하이브리드 히트펌프’를 적용, 건조 성능을 단독 건조기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또한 국내 출시된 일체형 세탁건조기 가운데 최대 용량을 자랑하는 만큼 킹사이즈의 이불 빨래와 건조가 동시에 가능하다. 아울러 AI 기반의 편리한 맞춤 세탁도 지원한다.

비스포크 AI 콤보에는 타이젠 운영체제(OS) 기반의 7인치 대화면 터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이를 통해 거실의 스마트 TV에서 시청 중인 콘텐츠를 세탁건조기로 가져와 이어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걸려 오는 전화도 받을 수 있다. 또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 인터넷 브라우저 등도 이용할 수 있다.

비스포크 AI 콤보와 시그니처 세탁건조기의 출고가는 각각 399만9000원, 690만원이다. 이무형 삼성전자 부사장은 LG전자의 세탁건조기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한 것에 대해 "적정 가격에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미션"이라면서 "이를 고려하면 적당한 수준의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사 세탁건조기 신제품의 판매량을 보면 삼성전자가 다소 앞서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가 출시된 지 사흘 만에 판매량 1000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7일 기준 누적 판매량 3000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고가의 대형 가전이 매일 300대씩 팔리는 것은 이례적인 만큼 일단 삼성전자가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LG전자는 아직 구체적인 판매량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내 세탁건조기 시장을 두고 양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를 겨냥, 기존 자사의 프리미엄 세탁건조기 외에 더욱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제품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도 다음 달 출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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