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3사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를 통해 초격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위기 극복 전략과 배터리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인터배터리 2024에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모형이 전시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
1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3사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를 통해 초격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위기 극복 전략과 배터리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인터배터리 2024에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모형이 전시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캐즘, 즉 대중화 전 일시적인 수요 침체 구간에 진입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고속 성장세도 잠시 주춤한 모습이다. 이로 인해 올해 배터리 시장의 전망도 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K-배터리 3사는 더욱 공격적인 투자로 배터리 효율을 크게 끌어올린 차세대 기술 개발에 정진해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4에서 배터리 3사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해 리튬황, 어드밴스드 SF 등의 차세대 배터리 양산 계획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1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3사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 동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를 통해 이 같은 초격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위기 극복 전략과 배터리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한 청사진을 내세웠다. 배터리 기술의 최정점으로 꼽히는 전고체 기술 확보를 통해 미래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복안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에너지를 저장하거나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을 말한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안전성이 뛰어나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출력은 물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무게 역시 가벼워 전기차나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만큼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SDI는 오는 2026년까지 전고체 배터리의 모든 기술 개발과 인증 절차를 마치고 2027년부터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올해부터 3년간 A·B·C 단계 샘플 제작에 들어갈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기업은 새롭게 개발한 제품의 성능과 안정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3~4년 동안 샘플을 ‘A→B→C’ 세 단계에 걸쳐 제작, 완성차 기업에 공급한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해 3월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같은 해 12월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의 컨트롤타워인 ‘ASB 사업화 추진팀’도 꾸렸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퀀텀 점프할 방법은 전고체뿐"이라면서 "남이 준비됐을 때 ‘이제 타이밍이구나’하고 시작해 뛰어들면 그때는 늦기 때문에 처음부터 리딩(주도)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다"며 전고체 배터리 개발 배경을 밝혔다.

‘인터배터리 2024’를 통해 삼성SDI는 오는 2026년까지 전고체 배터리의 모든 기술 개발과 인증 절차를 마치고 2027년부터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배터리 2024에서 삼성SDI 직원들이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SDI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그리고 리튬메탈 배터리 등을 자사의 새로운 주력 제품으로 준비 중이다. 리튬황 배터리는 음극재에 리튬 메탈과 양극재에 황화물계를 쓰는 배터리를 말한다. 황은 가벼울 뿐만 아니라 매장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배터리 생산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리튬황 배터리는 주로 하늘을 나는 UAM의 배터리로 활용될 전망이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 대신해 리튬메탈을 사용한 제품이다. 단위당 에너지 밀도가 높아 무게와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기술 확보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배터리 개발 벤처기업인 사이온파워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사이온파워는 현재 음극 보호층 관련 특허를 비롯해 470여 개의 리튬메탈 배터리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관련, LG에너지솔루션은 속도보다 완성도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밝힌 전고체 배터리 개발·양산 시점은 2030년으로 삼성SDI보다 3년 정도 늦다.

SK온은 기존 SF 배터리 대비 성능을 10% 가까이 개선한 ‘어드밴스드 SF 배터리’를 공개했다. SF 배터리는 하이니켈 기반의 고속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로 10% 남은 배터리 용량을 80%까지 충전하는 데 불과 18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SK온이 공개한 어드밴스드 SF는 배터리 충전 시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완충 시 주행거리가 최대 501㎞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SK온은 중국 기업의 주력 제품인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에 집중할 방침이다.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중국산 LFP 배터리의 빈자리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석희 SK온 대표는 "LFP 배터리는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에선 한국산 LFP 배터리를 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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