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임명된 이종섭 주호주 대사 내정가 지난 11일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서 캔버라로 환승하던 중 동행 취재에 나선 MBC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임명된 이종섭 주호주 대사 내정가 지난 11일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서 캔버라로 환승하던 중 동행 취재에 나선 MBC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의 국회법사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조차도 "채상병사망사건에 대한 수사권은 군이 인지하는 즉시 재빨리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했어야 하는 사안"이었다고 말한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같은 박 의원의 발언 내용은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과정에서 법사위 간사이자 제1소위원장으로 역할을 했던 박주민 의원에게 당시 법무부 차관이 질문한 국회 속기록에서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국방부장관 재직 시절 해병대수사단의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보고서에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린 것이 수사권 침해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C 제3노동조합 관계자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개정 군사법원법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 설명에 따르면, 군에서 민간 수사기관으로 사건을 이송할 시점인 ‘인지한 때’란 ‘법률상 인지’가 아닌 ‘사실상 인지’를 말한다.

박정훈 대령은 채 상병 사망 사건이 범죄행위일 수 있음을 포착한 순간부터 바로 민간 경찰에 사건을 이송해야 했다. 이를 초과한 행위는 정당한 권한에 의한 수사가 아니며, 박 대령이 작성한 인지보고서에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린 것도 ‘수사 외압’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핵심은 2022년 개정된 군사법원법 제2조의 관할권 침해여부다. 같은법 조항은 성범죄나 군내 사망의 원인이 된 범죄, 군인 신분취득 전에 행한 범죄 등에 대해서는 민간 사법기관과 수사기관이 관할권을 갖는다고 규정한다.

또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규정’ 제7조는 "민간 수사기관 관할 범죄의 발생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는 등 범죄를 인지한 경우 지체없이 경찰청 등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규들에 따르면 군 수사기관은 채 상병 사망이 범죄행위의 결과였음을 인지한 즉시 관할 경찰청으로 수사기록을 이첩해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박 대령이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작성한 인지보고서가 수사기록으로서 법적 효력을 갖는지 여부다. 만약 같은 문서가 법적 구속력이 있었다면, 이 의원이 당시 박 대령이 작성한 인지보고서에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린 것은 ‘수사 외압’이 된다. 반면 같은 문서가 수사기록으로서 효력이 없는 경우, 이첩 보류 지시가 수사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는 같은 인지보고서의 법적 구속력을 부정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 이유로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 대령이 수사권 자체를 갖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하고 작성한 문서도 법적 구속력 있는 수사기록이 아니라는 점을 꼽았다.

법무법인 율촌의 송광석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법률신문’에 기고한 사설에서 "군사법원법 개정안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수사기록 이첩 시점인 ‘인지한 경우’란 채 상병의 사망이 당시 지휘부 인원들의 업무상 과실에서 기인했을 수 있다는 정황을 발견한 시점이다"며 "이때 범죄를 인지(notice)한 것이므로 바로 이 시점에 추가적인 수사 없이 민간 경찰에 이첩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면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보내려던 인지보고서는 단순한 범죄신고에 불과하므로 해당 서류의 이첩 시기를 미루거나 그 내용을 일부 변경해도 수사권 침해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대령은 이날 "이 대사를 증인으로 신청해 법정에 세우겠다"며 ‘수사 외압’ 논란을 증폭시켰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세력들도 가세해 이번 4·10 총선의 정쟁 이슈로 몰아가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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