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민주당이 고발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직권남용죄’는 애초부터 법률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정치공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사법원법 시행령(2022년 7월 시행)에 따르면 애초부터 해병대 조사단은 채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없고 민간 경찰이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수사권이라는 권한이 없었던 국방부장관에게 직권남용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MBC노조는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권은 처음부터 해병대 조사단에 없었다. 경찰이 수사를 해야 할 사건이었다. 해병대조사단이 기초 사실관계만 파악해 경찰에 자료를 넘기면 되는 일이었다"며 "국방부 장관이 기초조사자료 혐의 내용을 수정하고 경찰에 제출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 행사였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이어 "박정훈 해병대 조사단 대령은 자신이 수사권이 있고 수사권 내에서 수사결과를 직권을 남용해 변경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방부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까지 했다"며 "직권남용죄는 권한이 있어야 성립한다. 권한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수사권이 있어야 수사방향을 틀 수 있는데 수사권은 초동수사부터 경찰에 있는데 무슨 수사방향을 틀고 권력을 남용할 수 있나"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조사’와 ‘수사’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권에 대해서도 별도 대통령령에서 ‘상호협력’을 명시한 것이 전부다. MBC노조는 "애초 군이 수사인지 조사인지 그 절차를 법 권한 없이 실시한 것 자체를 비판해야 한다"며 "이 중사 사망으로 군사법제도 신뢰회복을 위해 개정된 법은 우습게도 정신이 훼손돼 버렸다"고 규탄했다. 군이 군 사망사건 등에 대해 수사·재판권을 민간으로 이관토록 하는 개정 군사법원법의 개정취지가 무시됐다는 비판이 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군사법원법 개정(2022년 7월 시행)에 따라 군 내 성범죄와 군인의 사망이 된 범죄, 군 입대 전 범죄의 경우 수사권 일괄이 민간 수사기관으로 이전하도록 되어있다. 당시 군사법원법 개정은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사망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이 중사 사망사건 처리과정에서 군의 사고처리에 대한 능력·의지 불신 등으로 인해 수사·재판권을 민간으로 이관시키는 것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군은 사건 자료 등을 민간에 공유하지 않고 있어 법 개정 취지가 무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초동단계 사실조사는 여전히 군이 도맡아 하고 있다. 군사법원법과 함께 시행된 대통령령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들여다봐도 검시에 참여한 검사·경찰관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규정상 군이 자료 공유에 협조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

장종현 법무법인 행복 변호사는 "개정군사법원법 관련, 군 사망사건 발생 시 수사·재판권은 민간으로 이관됐다"면서도 "민간 경찰이 자료를 요청하면 군이 응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군사법원법)개정 논의 당시 제공요청에 의무로 협조토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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