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중국의 포털 사이트 바이두의 인기 검색어에 오른 이재명의 ‘셰셰’ 발언. /바이두 캡처
26일 오전 중국의 포털 사이트 바이두의 인기 검색어에 오른 이재명의 ‘셰셰’ 발언. /바이두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중국에 대한 ‘셰셰(謝謝·고맙다)’발언이 중국에서 선풍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26일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에서는 이 대표 발언이 인기 검색어 2위에까지 올랐다. 전날에는 중국 관영 환구시보를 비롯한 매체들이 이 대표의 발언과 관련, ‘이재명이 윤석열의 대(對)중국 외교 정책 비난’ ‘이재명, 대만 문제와 한국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지적’ 등의 제목으로 이 대표의 발언을 상세하게 다뤘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2일 정부의 대중국 외교를 비판하며 "(윤석열 정부가)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이러면 된다"고 말해 국민 비판이 쏟아졌다.

한편 중국 매체들은 보도에서 이 대표의 ‘집적거린다’는 표현을 ‘자오러[招惹]’라고 번역하기도 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약자(한국)가 강자(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때 쓰는 말이다.

환구시보는 "한국 최대 야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외교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왜 중국을 도발하는지, 대만 문제와 한국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또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미국 등 서방에 편향된 입장을 갖고 있다고 평가됐다"면서 "이재명이 중국에 대한 윤석열의 부적절한 언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외교 악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고 진단했다.

중국 상하이 언론사인 펑파이와 관찰자망은 이 대표의 발언을 지적하면서 "다음달 치러지는 한국의 제22대 총선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지율 42.8%로 집권 국민의힘 37.1%을 앞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발언이 나온 직후에는 보도하지 않다가 사흘 만인 25일부터 관련 보도를 일제히 쏟아냈다. 정부의 검열·통제를 받는 중국 매체 특성을 고려하면 선전 당국의 기조가 정해질 때까지 기다린 뒤에 발언을 기사화한 것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판 네이버인 바이두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이 메인 화면에 떴다.

26일 오전 8시 기준 ‘이재명이 윤석열 비난: 왜 중국을 도발하느냐’가 인기 검색어 2위에 올랐고, 이날 오전 내내 20위권을 유지했다.

연관 검색어는 ‘윤석열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경고’ ‘윤석열의 대만 발언’이었다.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입장을 밝히자 중국 외교부가 ‘불용치훼’, 즉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한 내용이 다시 소환된 것이다.

이 대표의 발언이 중국에서 화제가 되면서 소셜미디어에서 한국을 조롱하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웨이보에서는 ‘한국 정치인조차 중국에 대한 오만한 태도를 반성하고 있다’ ‘마침내 한국에서 정신이 멀쩡한 인물[明白人]이 나타났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중국 매체의 한 기자는 "이재명이 한국 정치에서 비중이 큰 인물이다 보니 중국에서 그의 발언이 한국 민심을 대표하는 발언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재명 띄우기’가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결속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현 정부를 견제하는 이 대표를 중국이 우군으로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더우인(중국판 틱톡)에 올라온 이 대표의 단식 관련 영상에는 "전 세계의 영웅" "이재명은 빛[明]"이란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중국의 한 지방 방송국은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고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할 때까지를 담은 영상 24개를 올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에는 주한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 대사를 만나 한미동맹 외교와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공손히 듣는 모습을 보이는 등 ‘친중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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