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6·25 때 국군에게 악몽이었던 무기 중 인민군의 소련제 전차 T34/85가 반드시 꼽힌다. 프란체스카 여사의 기록 <6·25와 이승만:프란체스카의 난중일기>(기파랑, 2010)에도 나온다. 6월 25일 오전 신성모 국방장관이 "인민군이 춘천 근교까지 왔다"고 첫 보고 하던 무렵이다. 대통령은 "탱크를 막을 길이 없을 텐데" 혼잣말과 함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고 한다.

그런 탱크 T34/85 얘기를 지난 23일 KBS 다큐 프로그램 ‘다큐온’에서 다시 만났다. 그 프로는 요즘 잘나가는 K-방산을 다뤘다. 대한민국 국군의 어려웠던 초기 역사를 전하며 한 출연자가 스쳐서 말한 게 귀에 쏙 들어왔다. "탱크 T34/85은 2차대전 탱크 중 톱 10에 들던 명전차였다." 헐, 그 정도였다. 나중 자료를 보니 독·소 전쟁 중 모스크바 공방전에서 ‘모스크바 수호신’으로 불렸단다. 자, 옛날얘기는 거기까지다.

그날 방송은 ‘K-방산, 세계 중심에 서다’는 2부작 시리즈의 첫 회였다. 간만에 방위산업을 정면에서 다룬 그런 명품 다큐를 보니, 탱크 T34/85의 악몽 따위는 이젠 깔끔하게 잊어도 된다는 확신이 생긴다. 시청자 대부분 가슴 뻐근해졌으리라.

일명 흑표로도 불리는 K-2전차는 K-9 자주포와 함께 육군의 핵심 전력이다. 익히 알던 그런 얘기를 TV 큰 화면에서 포 사격 장면과 함께 보니 또 달랐다. "K-2는 내 인생 전차입니다." 전차 위 제8기동사단 강대만 원사의 말이 더없이 듬직하다. 그런 국내외 호평 속에 폴란드가 지난해 K-2 등 한국 무기를 대량 구매했다는 것도 지구촌이 다 아는 얘기다.

프로그램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구매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인 천궁 2까지 보여줬다. 물론 우린 아직 출발선상에 있다. 방산 수출입 국가 톱10 중 9위에 불과하다. 어쨌거나 그 프로를 보면서 박민 사장 취임 이후 변화된 KBS의 콘텐츠가 믿을 만하다는 것도 재확인했다. 시청률도 2.6%, 다큐로는 준수했다. 시청자 갈증을 풀어줬다는 뜻이다.

갈수록 TV가 연성화되고 시시한 얘기로 채워진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법적 위상이 국가 기간방송인 KBS까지 그러면 안된다. ‘K-방산, 세계 중심에 서다’ 같은 다큐가 콸콸 쏟아져 나와야 정상이다. 한 가지, 영화관에서 관람했던 다큐 ‘건국전쟁’을 KBS로 재시청하는 건 언제쯤일까? 빠른 편성을 바란다. 그게 국민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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