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
최성환

조선의 건국으로 고려의 왕족이었던 개성 왕씨(王氏)들은 살아 남기위해 성(性)을 바꾼다. 점 하나 살짝 찍어 옥(玉)씨로, 혹은 모자를 씌워 전(全)씨로 성씨의 대이동이 벌어진다. 백신에 살아남기 위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알파, 베타, 델타 심지어는 오미크론으로 변신을 도모하는 것을 보면서 조선초기의 왕씨들의 다급함을 실감하게 된다. 델타 변종의 공식명칭은 B.1.617이고 오미크론은 B1.1.52인데, 인터넷 프로토콜인 TCP/IP가 떠오른다. 도메인의 주소를 나타내는 D.N.S.라는 것이 있는데, 사람들이 읽기 쉽도록 61.110.219.59와 같은 어려운 IP를 cwd.go.kr이라는 DNS로 대신 사용한다.

신종 변이인 B1.1.52의 별명을 지으면서 세계보건기구는 누(Ν)와 시(Ξ)가 특정 무언가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15번째 알파벳인 Ο(오미크론)사용을 결정했다고 한다는 이야기가 돈다. 특정지역 비하를 피하는 것이라면, 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라는 명칭은 계속 사용할까? 세계보건기구가 바이러스 변종의 이름조차 정치적 눈치를 보면서 확정해야 할 정도라면, 이번 코로나 방역은 정치방역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스 알파벳 Ο는 영어소문자 ‘o’인가, 대문자 ‘O’에 대응되는가? 영소문자 ‘o’라면, 무음(無音)인 히브리어 ‘아인’과 같은 취급을 당하며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되어 버린다. 반면 대문자 ‘O’은 그리스 알파벳 오메가(Ω)에도 대응된다. 오메가(Ω)는 마지막과 최후를 상징한다. 즉, 소문자는 이 심각한 코로나 사태를 가볍게 여겨 버리는 호칭이 된다. 한편 대문자는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변종이라는 뜻이 되어버린다. 물론 WHO가 지금처럼 눈치 보며 ‘오락가락’하다가는 진짜 세상의 종말이 오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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