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가쓰히로
구로다 가쓰히로

대통령은 지난 6월 영국 G7정상회의 참석후 오스트리아를 방문했다. 한국 국가원수로서는 역사상 처음이라는데 오스트리아 현지에서는 이렇다 할 뉴스는 없었다. 한편 청와대는 인터넷에 오스트리아가 아닌 독일 국기를 올려 물의를 빚었다. 오스트리아는 2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나치 독일에 병합되었다. 1945년 독일 패전후에는 연합국에 의해 분할·점령되어 1955년에 독립했다. 그런 역사도 모르는지 오스트리아 국기를 대신해 독일 국기를 올린 것이다. 한국 언론은 "이는 오스트리아 정부가 한국 대통령을 맞이하며 일본 국기를 내건 것과 같다"며 역사에 대한 무지를 개탄했다.

그러나 내가 더 놀란 것이 있다. 대통령의 오스트리아 방문에서 먼저 떠오른 것은 이승만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오스트리아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건국 최초의 ‘국모’였다. 그런데 문대통령은 오스트리아를 방문했을 때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이 ‘역사적 인연’을 크게 언급하지 않았다. 이승만 내외 이야기를 부각시켰으면 오스트리아는 화답했을 것이며 양국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을 것이다. 좌파 정권은 친미·반공이었던 이승만 시대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 원수가 자국의 소중한 역사를 외면하는 것은 국가의식과 역사의식이 결여된 것이다. 한국 언론 역시 프란체스카 여사 이야기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 ‘역사 무지’는 반성해야만 한다.

오스트리아는 2차대전 후 한국처럼 연합국에 의해 분할점령 되었지만, 분열·분단되지 않고 통일 국가로 독립했다. 남북이 분단되고 전쟁까지 한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무슨 차이일까? 당시 유럽은 아시아보다 미소대립이 심했기에 오스트리아도 분단 위기는 있었다. 그것을 극복한 것은 이데올로기나 정파의 대립을 넘어선 ‘오스트리아로서의 일체감(一體感)’이었다. 문제를 남 탓으로 하지 않고, 자신들의 정치적 합의로 통일을 유지해 독립을 실현했다.

한국은 일본에 독일을 배우라고 말하는데 오스트리아는 독립 후 나치 독일 병합시대에 대해 대외적으로 반성하고 사과했다. 오스트리아에도 반나치 운동은 있었지만, 한국처럼 반일 운동을 이유로 전승국의 입장에 서려고 하지 않았다. 나치 독일의 일원이었다는 역사는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국 일본의 일원이었던 한국은 역사적으로 오스트리아와 비슷하지만, 해방 후 오스트리아와는 전혀 다른 역사를 걸었다. 한국인은 역사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오스트리아의 역사적 경험과 정치적 지혜를 배울 기회를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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