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가쓰히로
구로다 가쓰히로

얼마전 세상을 떠난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한국에서의 평가는 비난과 매도로 넘쳐났다. 군사독재·광주학살·민주화 억압….암흑의 이미지만 강조되었다. 그러나 전두환 시대는 의외로 밝았다. 18년간 이어온 ‘근검절약’의 박정희시대가 끝나고, 사람들 생활에 대한 규제, 통제가 해제되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그 시대는 현재 한국이 갖고 있는 밝은모습이 시작된 시대였다. 그런데 불과 40년 전 일인데도, 한국인의 기억에서 그 시간은 없어진 듯하다. 정치과잉인 ‘한국인의 역사관’을 바로 세우는 의미로, 외국인 기자가 경험했던 잊혀진 사실을 다시 써 둔다.

‘12.12’와 ‘5.18’은 전두환 정권 정당성의 약점이자 정치적 부담이었다. 이에 새정부의 의의를 국민에게 실감시키려 ‘새시대’를 내세우며 과감한 정책을 단행했다. 그것이 바로 박정권 시절의 사회적 통제와 규제의 폐지였다. 그 중 가장 큰 변화가 해방 후 계속된 야간통행금지령(통금)의 해제였다.

국방·치안상의 이유로 자정부터 4시까지 실외활동은 일절 허용되지 않았다.국민에게는 하루 20시간밖에 없었고, 온 국민이 매일 자정이 가까워지면 귀가를 서둘러야 했는데 그것이 없어진 것이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일변시켜 자유와 여유가 생겨났다. 사회적인 큰 변화였다.

밤의 네온사인이 허용되고 가로등도 늘었다. 에너지를 절약한 박정희 시대의 밤은 어두웠지만, 전두환 시대가 되자 거리도 사람들도 밝아졌다. 학생 교복과 헤어스타일도 자유화되어 검은 교복이 사라졌다. 컬러TV방송 시작도 국민의 삶을 밝게 했다. 컬러TV로 화장품 광고를 본 많은 여성들이 화장을 하게 됐다. 여성들의 표정은 밝아졌다. 상징적으로 말하자면 대한민국 사회가 흑백에서 컬러로 바뀐 것이다.

윤수일의 ‘아파트’가 대히트친 것은 1982년이었는데, 아파트 생활이 퍼지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 된것도 그시대였다. 그 후 주택문제에 대한 전국민의 관심은 아파트가 되었다. 지금도 아파트는 한국사회의 최대 이슈다.

박정희시대가 고민했던 높은 물가도 해소되었고 경제성장률도 높았다. 경기가 좋으면 사회는 밝아지고 사람들도 밝아진다. 학생들의 데모, 정치인들의 갈등도 많이 봤지만 보통 국민들의 삶은 분명히 좋아지고 밝아진 시대였다. 지금 되돌아 보면 전두환 시절은 박정희시대가 이루어낸 안보와 경제 발전의 성과를 국민들에게 돌려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역사란 정치만으로는 볼수없다. 역사는 다양하게 그리고 다각적으로 봐야하고 명암이 다 기억 되어야한다. 그것이 역사를 직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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