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나서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나서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통상산업관료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코로나19 장기화 및 무리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경제가 침체기에 빠진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를 되살려내야 하는 막중한 과제가 그에게 지워졌다.

한 후보자가 경제회복을 위해 구상하는 ‘빅플랜’은 무엇일까. 한 후보자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 3일 기자회견을 통해 4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국익외교와 강한국방의 자강력 확보 △국가의 대내외적 안정과 신뢰를 위한 재정건전성 확보 △달러를 중심으로 한 경화를 확보하는 국제수지의 흑자기조 △생산성이 높은 국가를 위한 총요소생산성 확대 등이다.

그가 제시한 과제들과 그의 과거 공직생활 성과를 보면 그의 ‘빅플랜’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시장자유화’와 ‘국부극대화’로 요약할 수 있다.

문민정부(김영삼), 국민의정부(김대중), 참여정부(노무현), 이명박정부 등 4번의 정권이 바뀔 동안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에 상관없이 차관급 이상 고위공무원을 지낸 한 후보자는 특히 진보정권에서 시장자유화 활약이 두드러졌다.

시장자유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이 강화되고 그것이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한 후보자의 지론이다.

한 후보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1998년 3월부터 2001년 2월까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했다. 이 시기 그의 가장 큰 성과는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최종 체결시킨 일이다.

당시 좌파 시민단체 및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농업 선진국인 칠레와의 FTA를 반대하는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났다. 칠레의 값싼 농산물이 대량으로 수입되면 우리나라 농업의 근간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당시 여당 정치인들 상당수도 이에 동조하며 FTA비준안이 국회 본회의에서만 3번 무산되는 진통 끝에 2004년 2월 16일 4번째만에 가결됐다.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대로다. 우리나라의 농업 근간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농민들이 칠레의 가격경쟁력에 대응하기 위해 종자의 고품질개량 등 농업선진화에 힘쓰면서 차별화에 성공했고, 국산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올라갔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우수한 공산품들이 칠레에 수출되기 시작하면서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미에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는 교두보가 마련됐다. 정부의 시장개입과 반기업정서를 기본 바탕으로 하는 진보정권에서 이뤄낸 성과라고 쉽게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이것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한 후보자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2005년 3월부터 2006년 7월까지는 한 후보자가 경제부총리였다. 일반적으로 경제부총리는 재무관료 출신이나 경제학자가 맡는다. 통상산업관료가 경제부총리를 맡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한 후보자는 경제부총리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부총리퇴임 직후인 2006년 8월 한미FTA 체결지원위원장을 맡아 한미FTA 체결의 산파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악화된 국가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일도 한 후보자의 ‘빅플랜’에 포함돼있다.

5일 청와대에서 의결된 ‘2021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재무제표상 국가부채는 2196조4000억원으로 2020년보다 214조7000억원(10.8%) 급증했다. 사상 최초로 2000조원을 돌파한 것은 덤이다.

물론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단기간의 재정확대로 인해 국가부채가 늘어난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를 점차 줄여나가 국가 신뢰도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재정건전성을 회복시키는 것은 한 후보자가 ‘국부극대화’를 어떻게 이뤄내느냐에 달린 셈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