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희
김인희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이 5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씨에 대해 입학취소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3월 교육부의 심의 요청이 있은 뒤 입학전형 공정관리위원회가 만들어졌으니 꼬박 1년이 걸린 셈이다.

비록 그 동안은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일 처리가 늦어졌지만, 이제라도 조씨의 입학이 취소된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조씨는 아무런 말이 없는 가운데, 그의 부친인 조 전 장관이 이번에도 입을 열었다.

"이 사건 처분으로 실현되는 공익에 비교해 신청인(조민)이 입게 될 불이익은 매우 크고 중대하다"

이러면서 법원에 입학취소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까지 냈다. 끝까지 본인이 옳다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이는 조 전 장관이지만 단언컨대 조 전 장관이 틀렸다.

조씨에 대한 입학취소 처분으로 인해 입시부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온 국민이 가지게 됐으니 이는 막대한 공익이 실현되는 것이다. 조씨의 의사면허 취소는 조씨에게 큰 불이익이겠으나 자격없는 사람이 가졌던 면허를 취소하는 것 역시 사회적으로는 공익이다.

아직도 조 전 장관은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있는 것인가. 조씨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온 사회가 불이익을 입어야 한다는 말인가.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그것이 정의이고, 자신에게 불이익이 되면 그것이 불의라는 오만은 이제 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

과거 조씨가 의전원에 입학함으로써, 누군가는 그 기회를 놓치게 됐고 의사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의 모습이 조 전 장관에게서 보인다면 비약일까. 사이코패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타인에게 크나큰 불이익을 입혀놓고도 여전히 자신과 그 가족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추하고 비겁해보인다.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던 조 전 장관 아니었나. 하지만 조 전 장관 일가는 자기 자식만큼은 어떻게든 ‘용’으로 만들기 위해 표창장과 스펙을 위조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서울법대에서 공부했으면서도 "군사정권에 부역하고 싶지 않다"며 사법시험도 응시하지 않았다는 조 전 장관 아니었나. 자존심과 나르시즘이 강한 조 전 장관이니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군사정권에서 만든 합법적 병역혜택제도인 ‘석사장교’의 혜택을 받은 것도 조 전 장관이었다. 장교는 대통령 명의로 직접 임관명령서가 나간다. 그가 그렇게 저항하고 싶어하던 ‘군인 출신 대통령’에게서 임관명령을 받았을텐데 그 강한 자존심과 나르시즘은 어디갔는가.

스스로의 말이 스스로의 행동을 옭아매는 자승자박을 매일 겪고 있으면서도 그의 말과 행동이 전혀 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말하는 조국’과 ‘행동하는 조국’은 별개의 인격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온 국민이 몇 년동안 그의 ‘내로남불’을 지긋지긋하게 겪었다. 이제 그만 조용히 입을 닫고 SNS계정도 폐쇄하고 퇴장하는 것이 그나마 조 전 장관이 국민들의 피로감을 덜어줄 수 있는 배려일 것이다.

물론 조 전 장관의 퇴장이 아름다울 수는 없다. 조 전 장관이 트위터에 썼던 또다른 말을 인용해 그에게 다시 전하고 싶다.

"일말의 연민이나 동정심도 사라지게 만드는 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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