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광
장석광

‘적폐청산’ ‘정권교체’ ‘포퓰리즘’ ‘세금폭탄’ ‘코로나 팬데믹’… 답답한 현실을 잠시 내려놓고 하늘을 바라보자. 운이 좋으면 ‘별에서 온 그대’라도 만날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지난 달 23일 미국 국방부가 미확인비행물체(UFO) 조사 전담 조직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6월 국가정보국장실(ODNI)에서 2004년 1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해군 조종사들의 UFO 목격 사례 144건을 검증한 보고서의 권고를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바람 빠진 풍선형 기구’로 확인된 1건을 제외한 143건 모두 실재(實在)하는 물체로 인정했지만 그 정체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보고서는 UFO의 정체를 규명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검증 절차·기술·훈련의 필요성을 권고했고, 국방부는 비행제한구역에 정체불명의 물체가 침입하는 것은 국가안보에 우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례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조사하겠다"고 했다.

보고서는 UFO라는 단어의 음모론적 뉘앙스 때문에 ‘미확인항공현상(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사용했지만, UFO의 물리적 실재는 인정했다. 적어도 조종사들이 목격한 UFO가 망상이나 착시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국방부는 이를 계기로 UFO의 탐지·식별, 정부 내 임무 조율, UFO의 목격 사례 규명 등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 계획이다. UFO는 정치적 금기에서 정부의 공공정책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관계당국은 이제 UFO 문제를 보다 더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되었고, 목격자 조사 또한 더 존중받게 되었다. 사이비 과학의 영역에서 비주류 가십거리로만 치부되던 UFO가 바야흐로 세계 각국에서 국가안보의 새로운 위협요소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미 인공지능(AI)을 활용해 UFO를 탐지·추적하고 있었고, 일본 또한 UFO의 영공 침범에 대비해 자위대의 행동지침까지 만들었다. 이런 급변하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는 오불관언(吾不關焉), UFO 목격신고가 접수되면 그저 경찰이나 소방 당국이 출동할 뿐이고, 진위여부 또한 민간 연구단체만 바라 볼 뿐이다. 정부 어디에도 UFO를 연구하고 조사하는 조직은 없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00건이 넘는 UFO기록이 등장한다. 실록에 묘사된 UFO의 형체도 ‘햇무리’ ‘세숫대야’ ‘둥근 방석에 사람이 앉은 모양’ 등 요즘 보고되는 UFO와 차이가 없다. 특히 ‘광해군 일기’에는 이런 묘사의 기록이 무려 17차례나 나온다.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SF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도 이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UFO를 연구하는 한 민간단체는 "우리나라는 1년에 400-500건 정도의 제보가 접수되고 있으며, 올해 들어 UFO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만 해도 전주를 비롯해 제주도와 영종도·대전·대구·무안 등 7~8건이나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UFO에 대한 관심도를 짐작케 해 주는 현상들이다.

우리가 목격하는 UFO의 실체는 대부분 구름, 석양과 같은 대기현상이거나 헬리콥터, 기상관측 기구와 같은 정상적인 비행물체, 애드벌룬, 풍선 등이다. 아주 드물지만 인공위성이나 미·중·러·일 혹은 북한에서 시험 중인 신형 전투기나 최첨단 드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끔 눈을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자. 어찌 감히 저 광대무변의 우주에 달랑 우리만 존재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호기심은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높은 가치 중 하나다. 지도자의 호기심은 한 나라의 역사까지 바꿀 수 있다. 어디 UFO 전담 국가조직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해줄 대선후보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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